퍼거슨 '자서전' 통해 본 맨유를 최고의 팀으로 이끈 비결은…

퍼거슨에게 배우는 경영전략

"떠나려는 팀원을 돈으로 잡지 말고 너의 가치를 알고 있다고 말해줘라"

부하직원 잘못 바로잡으려면
"정신상태가 문제야" 비난보다 먼저 구체적인 사실부터 지적
동기부여 위해 선수들 궁지로…이건 살고 죽는 문제라고 강조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누구에게 어떻게 고민을 털어놔야 할지 모르겠다’ ‘잘못한 부하직원을 어떻게 혼내야 할지 모르겠다’ ‘회사를 떠나겠다는 유능한 직원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

최고경영자(CEO)나 관리자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다. 26년간 세계 최고 프로축구단을 이끈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해답을 제시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 24일 발간된 퍼거슨의 자서전(작은 사진)을 통해 그가 팀을 운영한 전략을 어떻게 기업 경영에 적용할 수 있는지 분석했다. 부하직원들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상사들이 가장 쉽게 던지는 말이 “정신 상태가 문제야”다. 퍼거슨은 “내가 선수들의 마인드를 문제 삼은 것은 최근 맨체스터 시티와의 더비(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라이벌 팀의 경기)에서 3-1로 패했을 때”라며 “다른 모든 수단으로도 문제가 고쳐지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하직원의 잘못을 바로잡고 싶으면 “먼저 당신이 관찰한 사실을 말하라”는 게 퍼거슨의 조언이다. 예를 들어 “지난 경기에서 당신은 공을 잡았던 여덟 번 중 여섯 번 빼앗겼다”며 “공을 빼앗기는 건 흔한 일이 아닌 만큼 당신의 최근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라는 것. 이 경우 부하직원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단 “그건 지난 경기만 그렇지, 최근 10경기를 보면 나는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는 식으로 사실에 근거해 대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발전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조직의 성과나 운영을 비난할 땐 어떨까. 조직이 클수록 개개인은 외부 비난을 “내 책임도 아닌데”라며 무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퍼거슨은 “비난을 공유하라”고 충고한다. 그는 “구단의 스태프, 선수, 감독이 모두 비난에 대한 책임을 같이 느끼게 해야 한다”며 “대신 적절하고 올바른 표현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능한 조직원이 회사를 떠나려고 할 때 리더는 급여를 올려 막으려 한다. 퍼거슨은 “돈은 2차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가 웨인 루니, 데이비드 베컴 등 슈퍼스타들을 데리고 있을 때 그들이 원한 건 더 좋은 집이나 차를 사려는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은 인정받기를 원했고, 돈의 양으로 인정의 정도를 측정하려 했을 뿐이다. 퍼거슨은 “금전적으로도 선수의 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리더가 그 사람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 선수들에게 어떻게 동기 부여를 했을까. 퍼거슨은 ‘반드시 이기는 방법’을 썼다고 말했다. “나는 항상 선수들을 궁지로 몰았다. 계속해서 이게 살고 죽는 문제라고 강조했다”는 것. 텔레그래프는 “이 전략은 90분 내 승패가 갈리는 축구경기에는 적합하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싸움인 비즈니스에선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퍼거슨 같은 훌륭한 지도자도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고민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부하들에게 “내가 힘들다”고 툴툴거리지 않았다. 정말 믿을 수 있는 소수의 사람과 감정이 아닌 객관적 문제점을 공유하거나, 아니면 차라리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를 찾는 게 낫다는 설명이다. ‘내가 나가면 이 조직은 어떻게 될까, 나중에 누가 이끌까’ 등의 고민에 빠져있는 리더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어차피 당신이 나가면 여긴 당신 조직이 아니니, 현재에 충실하시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