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TV '가을 밤의 추억' 토크파티] 민경국-복거일 '경제철학·발전모델' 놓고 유쾌한 논쟁

한경 로비 400여명 몰려 … 해외 동포도 참석
민경국 "정부, 규제 풀고 개인 자유·재산 보호를"
복거일 "경제 운용하려면 수학적 모델 있어야"
민경국 강원대 교수(오른쪽)와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 27일 ‘정규재TV 가을밤의 추억’에서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인간 이성은 사회를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전지전능하지 않다. 정부는 경제정책을 펼 게 아니라 규제를 풀고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재정정책 등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경제 운용을 하려면 복잡한 경제현상을 설명하는 수학적 모델이 있어야 한다. 더 나은 이론을 만들며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소설가 복거일 씨)2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경제철학 논쟁이 벌어졌다. ‘정규재TV’가 주최한 네 번째 토크쇼인 ‘가을밤의 추억’ 행사에는 400여명의 방청객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정규재TV는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 지난해 2월 선보인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이다. 1년8개월 만에 누적 방문자 수 800만명을 돌파, 대표적인 인터넷 지식교양채널로 자리잡았다.

○“경제학 더 나은 모델 제시해야”

행사 1부 대담자로 나온 민경국 교수는 경제학자 폰 미제스의 경제철학을 놓고 복거일 씨와 토론했다. 민 교수가 “인간은 사회로부터 배워야지 사회를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미제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경제학적 모델이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는 될지라도 정부가 인위적인 정책을 펴는 게 궁극적으로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며 “사회를 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만든 질서가 아닌 사회에서 자생적으로 만들어지는 질서만이 믿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복씨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대 경제학 모델에 틀린 점이 있을지라도 경제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모델을 만드는 게 불가피하다”며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은 핵심을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나은 모델을 만드는 과정으로 재정정책 통화정책 등 현대 경제학을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경제학적 모델을 비판만 하고 현실적으로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을 지켜본 정 실장은 “두 사람이 크게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며 “미제스가 경제 현상을 꿰뚫는 지혜를 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중재했다.

방청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요즘은 민 교수와 복씨의 얘기를 모두 반영하는 교과서가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며 “미국은 맨큐의 신고전경제학이 학계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새로운 이론적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의 개입이 일정 부분 필요하지만 정부에 모든 것을 맡기면 공산주의에서 발생했던 문제가 생긴다”며 “시장과 정부 규제의 적절한 접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로비에서 27일 열린 ‘정규재TV 가을밤의 추억’에서 소설가 복거일 씨(앞줄 오른쪽 두번째) 등 참석자들이 토크쇼를 듣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음악회·책 선물 등 풍성한 행사

이날 행사에서는 가을밤에 어울리는 음악 연주도 있었다. 그랜드피아노와 대금의 감미로운 선율이 참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최 측은 ‘대한민국 역사’(이영훈 저), ‘경제적 자유의 복원’(복거일 저) 등 도서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민 교수가 “미제스의 아내는 남편을 가리켜 신사가 아니라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하자 복씨가 “아내에게 신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남편은 세상에 없다”고 받아 참석자들은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행사장에 연인이나 부부가 손을 잡고 함께 온 경우도 있었다.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서 인터넷을 통해 정규재TV를 접속하던 동포들도 참가했다. 아내와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충원 씨(33)는 “한국 사회의 여론이 좌편향적으로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우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규재TV는 가뭄 끝 단비 같은 존재”라며 “아내와 함께 정규재TV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취미생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자유주의 싱크탱크 ‘프리덤팩토리’의 주주로 참가하고 있다고 밝힌 강병구 씨(38)는 “정규재 실장의 논리는 사실에 입각해 있으면서도 명쾌하다”며 “네티즌들의 좁은 시각을 넓혀주는 데 정규재TV의 공로가 크다”고 말했다.

양병훈/이지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