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내느니 가산세 낸다"…건강보험 무임승차 500만명

대부분 일용직·4대보험 미가입 근로자
공단 "정확한 소득파악 여전히 어려워"
#1. 서울 서초구에 사는 서모씨는 한 사립대 겸임교수로 일하던 2010~2011년에 매달 300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건강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 대신 월 120만원 버는 큰딸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보 혜택을 받았다.

#2.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씨는 친구 식당 일을 도와 연간 2400만원(매월 2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건보료를 낸 적이 한번도 없다. 김씨는 국세청에 근로소득 신고를 하지 말아 달라고 친구에게 부탁했고 사업주인 친구 역시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하기 싫어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근로소득이 있는데도 이처럼 다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보료를 한푼도 내지 않는 사람이 211만5000명(2011년 소득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KDI 윤희숙 연구원) 또 직장이 있는데도 일부러 지역보험으로 가입해 건보료를 적게 내는 사람도 무려 285만8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은 소득이 있는데 보험료를 내지 않고 무임승차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용직 근로자, 금융소득자, 영세기업 근로자(4대 보험 미가입회사 근로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의 소득은 건보공단에서 파악이 안 돼 보험료를 걷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만 매년 47조원(건보공단 추정치)에 달한다는 것. 5.89%의 보험료율을 적용하면 연간 2조7600억원의 보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보험료 납부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들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별 탈이 없는 이유는 일용직 근로자의 고용주가 신고를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와 고용주 모두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란 지적이다. 월 60시간 이상 근무하면 건보료 직장가입자 대상이 되는데 국세청에 고용 근로자들의 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하는 사업주는 지급한 월급의 10%가량을 4대 보험료로 부담해야 한다. 반면 소득 신고를 하지 않다가 국세청에 적발되더라도 지급명세서 미제출 가산세 2%만 납부하면 그만이다.

앞서 예로 든 김씨의 경우 일용근로 소득을 꼬박꼬박 신고하면 김씨의 보험료 부담은 연간 192만원, 고용주의 부담은 24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고용주만 48만원의 가산세를 내면 된다.

건보공단은 이런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 근로자가 피부양자로 등록하거나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부당한 건보료 혜택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부과자격개선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 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세청의 소득자료 확보라고 판단,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관련 조항을 추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세청으로부터 납세정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국세기본법상 국세청의 과세정보 제공 근거 규정에 ‘사회보험 운영기관이 소관 업무수행을 위해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국세청의 소득 정보 자체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불확실한 부분은 전국적으로 무려 782만명에 달하는 일용근로자의 소득이다. 국세청은 이들의 소득을 파악하기 위해 2009년 근로장려세제(EITC)를 도입했지만 이를 통해 소득을 파악하는 근로자는 100만명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각종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을 아끼기 위해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골치”라고 토로했다.

임원기/김우섭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