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회복 제동 걸리나

9월 잠정주택 판매 5.6% 하락
제조업 생산도 0.1% 증가 그쳐
미국 경제 회복세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그동안 경제 회복을 이끌어온 주택 시장과 제조업의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면서다. 이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테이퍼링)가 더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Fed는 29~30일 이틀에 걸쳐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연다. 적어도 이번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8일(현지시간) 지난달 미국의 잠정주택판매지수가 전달에 비해 5.6% 하락한 101.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0년 5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시장에서는 이 지수가 0.1%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잠정주택판매지수는 주택 매매계약에 서명은 했지만 거래는 완료되지 않은 계약 건수를 집계한 것으로, 1~2개월 후 주택시장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미국 주택시장은 지난해 초 바닥을 찍고 상승하며 미국 경제 회복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지난 5월 벤 버냉키 Fed 의장의 테이퍼링 시사 이후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르면서 상승세가 둔화됐다. 문제는 대기 수요가 워낙 많아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에 주는 충격은 일시적일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4개월 넘게 판매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지회사인 프레디맥에 따르면 고정금리인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지난 8월 연 4.58%로 정점을 찍었다가 최근 연 4.13%까지 하락했다. 금리 외에 다른 수급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개월간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수요가 둔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발표된 8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7년 만에 최고폭인 전년 대비 12.8% 올라 미국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뒷받침했다.

미국 제조업도 횡보하는 양상이다. 유럽, 중국 등 해외 수요가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Fed는 지난달 제조업 생산이 연율 기준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 8월 증가율 0.5%와 전문가 예상치 0.3%에 모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