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法에 막혀 '빅데이터 사업'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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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지급결제대행업 등 추가 허용금융당국이 카드업계의 수익보전을 위해 허가한 새 사업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 예고를 거쳐 지난달 23일부터 매출정보(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사업, 디자인·상표권 사용, 금융교육, 지급결제대행업(PG) 등 4개 부대사업을 카드사에 허용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사업의 경우 법 위반 소지가 있고 나머지 사업도 사실상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구조라 부대사업 허용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사업 시작한 카드사 한 곳도 없어
○개인정보보호법 저촉 가능성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사업이 허가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관련 사업을 시작한 카드사는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빅데이터 활용 사업은 각 카드사가 매출자료를 이용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분석, 업종별로 컨설팅해 줄 수 있어 수익이 급감하고 있는 카드업계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빅데이터 사업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이다. 2011년 신설된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될 소지가 큰 탓이다.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3조)은 ‘금융사는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수집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경우 개인정보를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 규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사생활 침해 논란 등도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 요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관련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함께 내려줘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 선뜻 빅데이터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익모델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른 부대사업도 상품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밴(VAN)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PG업의 경우 포화 상태다. 디자인·상표권 사업은 카드사들의 전문분야가 아니다. 그나마 금융교육 사업에 대해선 비씨카드가 준비하고 있는 정도다.
○업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
업계에서는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다른 금융권과는 다른 여전법상 부대사업 허용 범위가 새로운 부대사업 진출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전법은 할 수 있는 사업을 제한적으로 제시하는 ‘포지티브 방식’인 반면 다른 금융업권 관련법은 금지 항목 외에는 모든 사업이 가능한 ‘네거티브 방식’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실현 가능성이 있는 부대사업을 허용하려면 다른 금융업권처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윤수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카드사들이 제안한 영역에 대한 부대사업을 허용해 줬는데, 이제 와서 카드업계가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카드사에 네거티브 방식을 허용하면 보유한 개인정보를 활용한 웨딩알선, 렌털 사업 등에 진출해 다른 업종의 시장을 혼란시킬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