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에세이집 '마음에서…' 낸 '트위터 대통령' 소설가 이외수

"SNS 글쓰기 덕분에 단편소설 열흘이면 뚝딱"

진짜 공부는 아는 것 아닌 깨닫는 것
상대와 내가 合一될 때 그게 '마음'
다음 작품은 5권짜리 대하소설
“지금까지 저의 철학이나 생각들을 한번도 작품 이외의 방식으로 펼친 적이 없는데, 이번엔 문학이 아닌 장르로 제 생각을 담아봤습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 이름이 붙은 책 중에서는 가장 논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파격과 기행의 작가, 팔로어 168만명을 거느린 ‘트위터 대통령’ 등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 씨(사진)가 29일 서울 정동에서 출판간담회를 열고 후배 소설가 하창수 씨와의 대화를 담은 책 《마음에서 마음으로》를 발표했다. 예술·인생·세상·우주 등 네 가지 주제에 걸친 하씨의 질문에 그가 내놓은 대답은 때론 현실적이고 때론 초월적이다. 약 80시간의 대화를 풀어낸 녹취록 원고는 원고지 3000장가량. 지난해 겨울부터 올여름까지 나눈 대화를 정리해 엮은 하씨는 “광범위한 주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다뤘다”며 “이외수를 다시 보게 될 내용들이 많다”고 말했다. 제목은 이씨가 직접 지었다. 진짜 공부는 ‘아는 것’이라기보다는 ‘깨닫는 것’인데, 그러려면 ‘생각’이 아닌 ‘마음’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마음과 생각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흥부는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안쓰러워하고 자신도 아파합니다. 그게 ‘마음’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놀부는 부자가 되기 위해 제비를 이용하는 것뿐이죠. 이처럼 대상과 내가 이분화돼 있을 때에는 생각의 범주이고, 합일돼 있을 때에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는 마음으로 사는 게 인간다운 삶 아닐까요.”

이 책은 지난해 9월 기획됐지만 대선 정국에서 그에게 쏟아진 주변의 관심 때문에 선거 후에야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대선후보들이 뭘 묻더냐는 질문에 이씨는 “기억이 거의 안 나는 걸 보면 별로 중요한 얘기들은 아니었던 거 같다”며 웃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후보의 요구에 전부 다 응했습니다. 덕담을 달라면 덕담을 드렸고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달라면 지어줬는데 어느 쪽이 잘 써먹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세 분 다 제게 도움 받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웃음)”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습작의 공간이자 세상 흐름을 읽는 공간으로 쓴다”고 했다. 예전엔 단편소설 하나를 쓰는 데 두세 달이 걸렸지만 SNS에서 ‘기름 빼고 살코기만 바르는’ 글쓰기를 단련한 덕분에 이제는 열흘 만에도 쓸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는 “SNS가 나오기 전 채팅 등의 형태일 때부터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SNS 발전 과정을 함께했던 터라 SNS의 특성을 빨리 습득하고 조화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음 작품으로는 다섯 권 분량의 대하소설을 기획 중이다.

“‘오행’에 기반하고 동양철학을 근본으로 하는 대하소설입니다. 다섯 명의 인물별로 한 편씩 독립적인 작품을 쓰고, 그걸 합치면 대하소설이 되도록 쓸 생각입니다. 40권의 책을 냈지만 대표작이 없는데, 다음 작품이 대표작이 될 겁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