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두부 만들게 해달라" 콩 농가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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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업종 지정후 덜 팔려…"두부 적합업종 지정후 콩 판로가 막혔다"국내 콩 생산자단체가 동반성장위원회에 국산 콩을 원료로 쓰는 두부 제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국산 콩을 사들여 두부를 만들던 대기업들이 정부 규제로 사업 확장을 포기, 매입물량을 대폭 줄이면서 콩 생산 농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농민 회원 2000명으로 구성된 국산콩생산자연합회는 지난주 동반위를 찾아가 “대기업이 자유롭게 두부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 동반위는 2011년 11월 대기업 두부 제조사에 △‘포장두부’는 확장을 자제하고 △‘비포장 두부’는 신규 진입을 금지하며 △‘포장용 대형 판두부’는 철수토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 등은 대형 판두부 사업에서 손을 뗐다.
국산콩생산자연합회는 “대기업들이 일부 품목에서 철수하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1+1 이벤트’ 등을 중단하면서 콩 수매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또 “콩 생산 농가의 소득 증대를 바란다면 대기업에 대한 두부 제조업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된 콩의 40% 이상이 두부용으로 소비되고 있다. 두부 시장의 80%가량은 풀무원, CJ제일제당 등이 차지하고 있다. 조영제 연합회 회장은 “풀무원, CJ제일제당 등은 현재 지난해와 올초 수매한 콩을 아직까지 재고로 쌓아두고 있다”며 “다음달부터 본격 출하되는 햇콩 수매량이 지난해보다 3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동반위는 이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동반위는 농림축산식품부, 두부 제조 대기업 등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자고 제안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콩 생산량을 늘리는 정책을 펼쳐왔는데 농민들의 판로가 막혀 당황스럽다”면서도 “현실적으로 농협을 통한 콩 수매를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두부 제조업체 관계자는 “동반위가 콩 수매량 정보를 요구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중기적합업종 규제는 풀지 않고 콩 수매량만 늘리라고 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동반위가 두부를 중기적합업종으로 선정한 이후 두부 시장은 규모 자체가 줄고 있다.
두부 시장은 2011년 14% 커졌다. 지난해에도 3787억원으로 2011년 3627억원보다 4.4% 늘었지만 올 들어선 9월까지 274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837억원)에 비해 3.2%가량 줄었다. 올 한 해 전체로도 시장 규모가 3.5% 안팎 축소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규제가 없었을 때는 대기업들이 다양한 상품 개발 등으로 시장을 키워왔다”며 “하지만 대기업들의 손발이 묶이면서 시장이 줄고 콩 수매가 급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규제 이후에도 중소기업의 시장점유율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의 두부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20.3%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이 3% 넘게 줄고 있는 마당에 점유율이 2.1%포인트 증가했다는 것은 실제로는 중소기업 매출도 줄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