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철폐, 이번에도 구두선에 그치나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 투자가 살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건강한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3년 기업가정신주간’ 개막 축하메시지에서다. 박 대통령의 규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손톱 밑 가시’ ‘신발 속 돌멩이’ 등에 비유하면서 규제 철폐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역설했다. 모든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라는 지시도 했다. 대통령이 규제 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은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암울하다. 모든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2002년 7546건이던 각종 규제는 현재 1만5000여건으로 10여년 사이에 두 배로 늘었다. 규제가 줄어든 해가 한 번도 없을 정도다. 최근 들어서는 매년 평균 1000여개씩 늘어나는 추세다. 새 정부가 들어선 올해만 해도 550여개의 규제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됐다. 지금까지의 규제개혁 또는 철폐 시도가 공염불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원입법으로 제·개정된 법률에 포함된 규제는 그나마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되지도 않는다. 19대 국회 출범 후 평균 하루에 한 건의 규제법안이 발의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많은 규제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집권한 현 정부 들어서는 말 그대로 ‘규제 폭탄’이 쏟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판국에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규제를 걷어내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아무리 규제를 없애도 늘기만 하는 이유는 그 이면에 언제나 기득권과 이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공생관계가 지속되는 한 규제 개혁은 요원하다. 박 대통령이 진심으로 규제 철폐를 원한다면 이런 생태계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이번 역시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