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갑자기 금융산업을 육성하자는 변협

대한변호사협회가 청와대에 금융허브 정책을 추진해달라는 내용의 ‘금융선진화’ 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금융산업을 선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 공동의 협의기구를 창설해 줄 것도 요구했다. 변협이 갑자기 창조경제를 들먹이며 금융허브론을 들고 나온 진짜 속내가 궁금해진다.

변협은 “법조계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일도 객관적 관점에서 정책 건의를 계속할 계획”이라며 제안 이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아마 약간은 낯이 뜨겁고 멋쩍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변협은 국제 금융거래 실무는 법조계의 몫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결국 창조경제라는 거창한 이유를 들이대지만 자신들의 일감 늘리기용으로 금융허브를 주장하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변협은 금융허브 정책이 추진되면 법조계도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금융허브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법체제를 세계화해야 하는데 정작 법률시장 개방이나 선진화를 가로막는 주범이 혹시 법조 단체들은 아닌지 모를 정도다. 변호사들의 일자리 만들기라는 거센 비판에도 불구하고 준법지원인 의무 고용을 관철시킨 전력이 있는 변협이다.

변협은 금융허브를 들먹이기 전에 국내 법률산업을 어떻게 선진화할지 그것부터 고민하는 게 옳다. 사법개혁도 그렇게 떠들었지만 제대로 된 게 거의 없다. 더구나 법조에 대한 불신은 지금 하늘을 찌를 정도다. 당장은 검사와 판사에게 집중된 문제지만 변호사에 대한 불신도 감당키 어려울 정도다. 금융산업 육성이라는 새 텃밭갈이 주장에 앞서 공적 기능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나마 변협의 소명이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만 해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변협은 단순히 업자들의 로비단체가 아니다. 그것을 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