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카드 한장 들고…고흐·렘브란트를 만나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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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주민 80만명, 자전거 60만대, 시티 트램(전차) 255대, 운하 165개, 교량 1281개, 유리덮개를 갖춘 운하보트 112대, 16~18세기 건물 8863채, 박물관 51개, 미술관 141개, 렘브란트 작품 22점, 고흐 작품 206점, 호텔 377개, 호텔 침상 4만8775개…. 숫자로 살펴본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의 이모저모다. 과연 운하의 도시, 자전거 천국, 예술의 본고장, 관광객들의 낙원이다.
유럽을 여행할 때는 유레일패스와 도시별 시티카드가 여러모로 유용하다. 암스테르담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상 전철인 트램을 비롯해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어 ‘아이 암스테르담 시티카드’ 한 장이면 대중교통 이용은 물론 박물관과 미술관도 무료 또는 할인받아 관람할 수 있다. 트램은 몇 번이라도 이용할 수 있어 시내 도처에 촘촘히 자리잡은 박물관, 미술관 등을 구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게다가 트램은 대부분 중앙역을 경유하므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시티카드 한 장을 들고 빈센트 반 고흐와 렘브란트 반 린을 만나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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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는 1853년 네덜란드 남부 준더르트에서 태어나 1890년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삶을 마감했다. 서른일곱에 권총으로 자살한 예술가, 살아서는 정신 질환과 생활고로 고통받았으며 죽어서야 지워지지 않는 이름과 사라지지 않는 작품을 남긴 사내. 고흐는 생애 말기의 2년여 동안 자화상 초상화 풍경화 등 위대한 작품들을 창조해냈다.
두 개의 건물로 이뤄진 고흐미술관 밖으로 나와 국립박물관 쪽으로 몇 걸음 가다 보니 뮤지엄광장 한 구석에 기념품 가게가 있다. 유리창마다 걸린 ‘별이 빛나는 밤’ ‘아를르 포룸광장의 카페 테라스’ 같은 명작들의 복사본이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비록 복제품이지만 위대한 예술가의 걸작을 고작 몇 유로만 주면 살 수 있으니 그 또한 싫지 않은 일이다. 고흐미술관과 인접한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은 10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난 4월 새롭게 문을 열었다. 80개의 전시실에 8000여점의 유물이 전시돼 중세부터 현대에 이르는 800년의 네덜란드 역사를 대변해준다.
워털루광장역 인근 렘브란트하우스 … 17세기 위대한 화가의 흔적이 그대로
지하철이나 트램의 워털루광장역 인근에 있는 렘브란트하우스는 그가 살았던 집이다. 초상이 그려진 원형 돌출 간판을 중심으로 오른쪽의 창문이 많은 옛 건물이 본관, 대형 걸개 그림이 걸린 왼쪽이 신관이다. 본관 건물은 1606~1607년에 지어졌다. 1625년 제작된 암스테르담 시가지 지도에도 이 집이 보인다. 5층 신관의 렘브란트 안내센터에서는 책이나 CD를 통해 렘브란트의 생애와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지층에는 뮤지엄숍이 들어서 있고, 1층과 2층은 전시실이다. 그가 살던 당시의 거실과 부엌 풍경도 재현돼 있다. 그림을 그리던 방과 화구, 에칭(동판화) 작업에 쓰이던 도구, 자화상 등도 방문객을 반겨준다.
한국에는 ‘둘리’ … 네덜란드엔 그래픽 디자이너 딕 브루너가 창조해낸 토끼 ‘미피’
만화가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가 한국이 자랑하는 캐릭터라면 네덜란드에는 딕 브루너(1927~)라는 아동문학가 겸 그래픽 디자이너가 창조해낸 ‘미피’가 있다. 토끼를 의인화한 캐릭터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27분 거리인 위트레흐트시가 미피의 고향이다. 위트레흐트에는 유레일그룹 본사와 딕 브루너전시관, 중앙박물관, 고딕 양식의 돔타워 등이 있다. 차분하고 깨끗한 대학도시여서 암스테르담 시민들의 당일 나들이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먼저 중앙박물관에 들어가니 위트레흐트의 랜드마크인 돔타워 모형과 이 도시에서 활동했던 중세와 근현대 화가들의 유화, 인형의 집으로 재현한 중세 귀족들의 생활상, 근대 디자이너들이 창안한 의자와 가구 등을 두루 만나게 된다.
좁은 길 하나를 건너면 딕 브루너하우스. 그가 만든 캐릭터 미피는 국내에도 그림책으로 널리 소개됐다. 딕 브루너하우스에는 세계 각국어로 번역한 동화책들이 전시돼 있는데 한국어 번역본도 보인다.
암스테르담=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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