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수출입·SC銀 적자로 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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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기준 따라 '대손준비금' 손실처리했더니…우리 수출입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일부 은행이 3분기에 사실상 적자를 냈다. 또 농협은행 산업은행 등은 이익 규모가 수백억원에 그치며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이처럼 여러 은행이 무더기 적자를 기록했거나 적자에 가까운 실적을 낸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금융감독원이 ‘대손준비금’을 차감해 파악한 실질 손익 기준이다. 부실 발생에 대비해 은행들이 쌓는 대손준비금은 현행 국제회계기준(IFRS)에서는 자본계정으로 반영돼 손실로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예전 한국회계기준(K-GAAP)에서는 손실로 보기 때문에 금감원은 대손준비금을 반영한 수치를 손익으로 간주한다.
은행, 3분기 순익 1조7000억…전년비 14.5%↓
○3분기 적자 은행 속출 금감원은 올 3분기 국내 18개 은행의 순익(대손준비금 반영)이 1조7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조원)과 비교해 14.5% 줄었다고 4일 발표했다. 전분기(1조원)에 비해선 7000억원 늘어난 규모지만 누적 실적은 작년에 크게 못 미쳤다.
올 1~9월 누적 순익은 4조4000억원으로 작년 동기(7조5000억원)의 58.9% 수준에 그쳤다.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이 날 만큼 좋지 않아 상대적으로 3분기 실적이 좋아보일 뿐”이라며 “은행 수익의 90%를 차지하는 이자이익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개별 은행의 손익을 따로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 수출입 SC 등 일부 은행들은 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와 수출입은행은 각각 1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수출입은행은 3분기에 장부상 수백억원 규모의 순익을 냈지만 기업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대손준비금을 반영하면 적자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SC은행은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 부과받은 500억원가량의 추징금을 반영하면서 적자가 났다. 산업 및 농협은행은 3분기에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다만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 2665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적자다.
○금감원 발표와 실적 달라 혼선
금융권에선 금감원의 실적 집계 기준과 은행들의 공시 기준이 서로 달라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국제회계기준은 예전 한국회계기준의 대손비용을 장부상 손실로 잡아놓은 대손충당금과 예상손실이지만 자본계정에 반영해 놓는 대손준비금으로 나눠 기재한다. 공시실적에서는 대손준비금이 손실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경우 공시 기준으로 412억원의 순익을 거뒀지만 대손준비금을 차감하고 나면 적자로 돌아선다. 시장에선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이 기존 부실을 대거 털어내기 위해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많이 쌓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엄격한 은행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강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