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Q안성 입회금 17%만 반환 결정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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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보호막' 깨졌다…회원들 거센 반발골프클럽Q안성에 대한 수원지방법원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계획안은 그동안 회원제 골프장의 입회금(회원권 분양대금) 전액 반환을 보장하는 ‘체육시설 및 이용에 관한 법률’ 27조를 뒤집은 것이다. 법원이 골프장을 다른 기업에 팔 때 회원 승계 의무가 없으며 입회금의 17%만 돌려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입회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골프장의 부도 사태가 속출할 전망이다.
수원지법 "법정관리 땐 회원승계 의무 없어"
회원권값 폭락·골프장 줄도산 우려 현실로
○입회금 반환 요구 거세질 듯 지난해 말 현재 전국 228개 회원제 골프장의 총분양대금은 16조9730억원에 이른다. 수도권 80개 골프장이 절반에 가까운 7조833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입회금 반환금액은 지난해 1조360억원, 올해 8870억원, 내년에는 70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클럽Q안성 회원은 총 478명, 입회금은 773억원이었다. 수원지법은 입회금의 17%만 상환하고 나머지 83%는 출자전환한 뒤 감자를 통해 무상소각하기로 결정했다. 3억3000만원에 회원권을 구입한 회원은 5610만원만 돌려받을 수 있다. 회원 지위도 잃고 무려 2억7390만원의 손해를 봐야 한다.
이에 따라 골프클럽Q안성 회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박순구 골프클럽Q안성 비상대책위원은 “법원이 퍼블릭 전환을 바라는 대다수 회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채권자가 동의한 17% 입회금 변제안을 승인했다”며 “골프클럽Q안성은 고의적으로 채권을 남발, 부채를 당초 2117억원에서 3200억원으로 키워 회원 입회금(773억원)의 채권액 비중을 약하게 만든 뒤 채권단으로서의 의결권마저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고 비난했다. 입회금은 골프장 운영회사가 회원권을 분양하면서 통상 5년 후에 원금을 되돌려주기로 하고 회원들과 약정한 분양대금으로 일종의 ‘전세보증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회원권 시세가 분양가보다 하락하면서 회원들의 입회금 반환 요구가 골프장에 빗발쳤다. 그러나 골프장들은 분양대금을 땅값과 공사비 등으로 이미 지출하고 반환할 돈이 없자 다양한 특혜를 제공하면서 입회금 반환 연장을 시도해왔다. ○골프장 법정관리 급증할 듯
골프클럽Q안성 회원들은 수원지법의 결정에 불복하고 지난달 초 항고했다. 아직 상급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지만 수원지법의 결정은 회원 승계 의무를 무력화한 법원의 첫 사례여서 향후 골프장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입회금 반환 요구에 시달리는 골프장들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지난달 현재 법정관리가 개시된 골프장이 20개다. 이 중 회원제 골프장은 15곳이다. 회원제 골프장들은 입회금을 반환해주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퍼블릭 골프장들은 초기자본이 부족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준상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골프장 회원권 권리를 100% 보장하면 어떤 골프장도 구조조정이 불가능하다”며 “입회금 상환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면 매각작업이나 회생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원 권익 보호 대책 마련 시급 이번 결정으로 골프장 인수합병(M&A)시장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회원제 골프장(172개)의 자기자본은 평균 47억원에 불과하고 부채비율은 평균 2700%에 달한다. 자력으로는 회생이 불가능한 곳이 즐비하다는 얘기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회원권을 사면 되돌려받을 가능성도 낮고 되돌려받더라도 10%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회원권을 팔려는 사람만 있지 사려는 사람이 없게 돼 앞으로도 회원권값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국내 골프장 회원 수는 정회원 16만8000명, 주중회원 4만4000명 등 21만명으로 추산된다. 최근 부도가 난 동양그룹이 소유한 골프장에 1300명 회원의 2000억원대 입회금이 물려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