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자산 점유율 58%…60세 이상 예금 258조원…소비·투자에 열정적인 '뉴 실버'세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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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세대, 금융시장 주역 부상100세 시대를 맞아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금융권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들의 재무 여력이 힘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금융회사들은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50~60대를 겨냥한 상품은 물론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까지 선보이고 있다.
○장·노년층 ‘인베스펜더’로 급부상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국내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6조3820억원에 달했던 실버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0년 22조원을 넘어섰다. 2018년엔 8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060년 전체 인구의 40%가 65세 이상 고령자로 채워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파워는 특히 금융시장에서 세지고 있다. 국내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그간 축적한 재산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소비와 투자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인베스펜더(invespender·investor(투자자)+spender(소비자)의 합성어)’ 계층으로 부상했다. 용경은 신한은행 일산PB센터 팀장은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대거 장·노년층으로 편입되고 있어 실버 세대를 대상으로 한 금융시장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의 재무여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조사 보고서에 있는 연령별 자산 현황을 보면 50대 이상의 자산 점유율이 전체의 58.1%를 차지하고 있다. 빚을 제외한 순자산 점유율은 59.4%로 더 높아진다.
60세 이상 고령층이 금융회사에 맡긴 예금은 지난 6월 말 현재 258조원으로 전체 예금의 34.8%를 차지한다. 이 세대의 인구 비중이 17%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금융자산 비중이 상당히 높은 셈이다. 고령층의 예금은 최근 3년간 10% 정도 증가했다. 또 은퇴 후 소일거리로 여생을 보내던 기존 노인들의 라이프 스타일 대신 젊은 세대와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는 새로운 ‘뉴 실버’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경제·사회적 영향은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
용 팀장은 “목돈을 예치하고 매달 월급처럼 연금을 받는 즉시연금의 경우 작년 하반기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비과세 종료 이슈가 발생하면서 판매가 급증해 일부 보험사에서는 아예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입한도를 제한하기도 했다”며 “금융권에서 중·장년층과 노년층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실버’ 특화상품 쏟아내
금융권도 중·장년층 및 노년층 등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이 여유 자산을 어느 정도 축적한 데다 금융상품 투자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상도 우리은행 소공동지점 PB팀장은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오래 이어지면서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실버 세대들이 이자수익을 통한 생계 유지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찾아나서고 있는 분위기”라며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들도 50~60대를 겨냥해 특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주요 은행들은 고령자에게 연금 이체 실적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특화 상품을 팔고 있다. 기업은행 등은 은퇴 이후 재창업을 준비하는 실버 세대를 위한 대출 상품까지 최근 선보였다. 삼성 한화 교보 등 보험사들도 암보험, 치매보험 등 고령자들이 쉽게 걸릴 수 있는 질병을 보장하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추세다. 신한 현대 등 주요 카드사들 역시 50대 이상 고객들 중 소비 성향이 강한 층을 겨냥한 신용카드 상품을 개발 중이다.
장·노년층을 겨냥한 금융상품 중 이미 ‘대박’이 난 경우도 많다. 농협은행의 ‘내생애 아름다운 정기예·적금’이 대표 사례다. 만 45세 이상이면 무조건 0.1%포인트를 더 지급하고,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 시 600만원 지원 등의 혜택을 담은 이 상품은 출시 31영업일 만인 지난달 28일 가입액 1조원을 돌파했다. 매월 수령하는 각종 연금을 자동이체하면 금리를 더 주는 우리은행의 ‘우리평생파트너통장’은 지난 7월 중순 출시된 후 가입 금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실버 세대를 위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하다. 시중은행들은 60세 이상 부유한 노년층인 이른바 ‘골드 실버’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전용 PB센터를 만들거나 직원들에게 시니어 응대 교육을 하는 건 기본이다.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는 최근 요리 강좌를 열었고, 신한은행은 PB 고객 자녀들 간의 결혼까지 돕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