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 버블 '악몽의 그림자'
입력
수정
지면A13
뉴욕증시, 1999년 데자뷔?
테슬라·페이스북 등 IT기업, 주가 폭등하며 상승장 주도
IPO 급증…거품붕괴 신호?
"소수 상승주 위주 투기장세…정점 찍고 떨어질 일만 남아"

최근 미국 증시에서 ‘1999년 악몽’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 들어 미국 증시가 뜻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어서다. 미국 기업의 올 3분기 실적은 놀랄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일부 IT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상황 때문에 일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지금을 2013년이 아니라 1999년처럼 느낀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IT 주가 폭등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여행 사이트인 프라이스라인, 인터넷 검색 업체 구글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년새 테슬라가 467% 오른 것을 비롯해 넷플릭스 331%, 프라이스라인 68.85%, 구글이 50.24% 상승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링크트인과 페이스북도 각각 110%, 140% 올랐다. 이번주 기업공개(IPO)가 예정된 트위터도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트위터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사흘 앞둔 4일 공모가 예상치를 당초 17~20달러에서 23~25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이 몰려서다. 트위터가 이번 IPO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20억달러 이상이다.

◆“IPO 홍수…정점이라는 근거”
전문가들은 IT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매력적인 만큼 우려해야 할 부분도 많다고 경고한다. 페이스북은 최근 예상보다 높은 3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미국 10대들의 페이스북 사용은 되레 감소했다. 사용자 뉴스피드에 광고를 더 넣을 수 없다고 말해 투자자들을 움츠러들게 하기도 했다. ‘거품론’이 제기되는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은 190억달러 이상으로 규모가 훨씬 큰 제너럴모터스(GM)의 시가총액 510억달러의 40%에 이른다. GM은 올해 테슬라보다 75배 많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IPO가 많아진 것도 거품 붕괴의 신호로 꼽힌다. 체비엇밸류매니지먼트의 대런 폴락은 “경기가 바닥일 때 이렇게 많은 IPO가 일어나진 않는다. 기업의 주식 발행과 증권담보 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수의 상승주를 둘러싸고 투기가 일어날 때 호황 장세는 정점을 찍고 떨어질 일만 남는다”며 “지금 세 가지 요소가 다 있다”고 분석했다.
주택가격의 움직임도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8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2006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9월 상승폭은 둔화됐다. 주택 가격이 정점에 다가서고 있다는 뜻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