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즐거움 넘치는 '괴짜들의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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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상상, 세상을 바꾼다 (2) 무한상상실“가방 아래 부분은 접이식 물통처럼 만들고 옆 부분에 ‘똑딱이’ 버튼을 붙여 크기를 조정할 수 있게 하면 어떨까요? 평소에는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니다 필요할 때 가방 사이즈를 늘려 이용하는 거예요.”
과천과학관 등 시범 운영
3D 프린터·레이저 커터 등 대학연구실 수준 장비 갖춰 "아이디어만 있으면 돼요"
“버튼을 누르면 줄자가 한순간에 말려들어가는 것처럼 이어폰 줄도 같은 방식으로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봤어요.” 지난 1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상상반짝’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원 영신여고 과학동아리 1~2학년 학생들의 열띤 팀별 발표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창의적 사고를 촉진하는 ‘트리즈(TRIZ)’ 방식에 따라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참가자가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두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이수한 영신여고 학생들은 물건을 접거나 겹치는 ‘포개기’ 방식을 이용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디어 창출과 시제품 제작을 한 곳에서 할 수 있어 자유로운 창조경제 ‘문화’를 이끄는 ‘무한상상실’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3D 프린터로 시제품 제작
무한상상실은 누구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내고 구체화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다. 온라인 신청만 하면 아이디어를 내고 다듬을 수 있으며, 시제품 제작까지 할 수 있다. 국립과천과학관 무한상상실은 생활 속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상상반짝,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제품을 기획하는 ‘상상노하우’, 직접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상상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시제품 제작을 위해서는 회전하는 칼날로 소재를 파내 조각할 수 있는 대형 CNC 라우터, 3차원(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아이디어 발표를 지켜본 영신여고 인솔교사 공욱청 씨는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이 놀라웠다”며 “진로체험 활동의 일환으로 방문했는데 학생들이 평소 갖고 있던 잠재력을 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공방에서는 계원예대 학생들이 레이저 커터로 코엑스 박람회에 출품할 작품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계원예대 3학년 윤인정 씨는 “대학원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장비를 무료로 쓸 수 있으니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도서관 과학관 등에 운영
무한상상실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시범 운영기관은 국립과천과학관을 포함해 국립중앙과학관 광진정보도서관 등 6곳이다. 과학관 도서관 주민센터 등 쉽게 출입할 수 있는 곳에 장소를 마련해 자유롭게 들를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MIT 미디어랩의 창의공방 ‘팹랩’과 글로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휴식공간 ‘아티움’, 삼성전자의 ‘C랩’ 등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국내외 사례를 참고했다.
내년부터는 범부처 차원에서 주민센터(미래창조과학부), 도서관(문화체육관광부), 학교 내(교육부), 지역지식재산센터(특허청), 창의공작 플라자(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별로 무한상상실을 구축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93개소 이상 운영한다는 목표다. 2017년에는 전국 227개 시·군·구 지역에 지역당 1개소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만선 연구사는 “대학 연구실 외에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다듬을 기회도, 만들어볼 장소도 없었다”며 “창조경제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연령대 이용자가 무한상상실을 찾아 창조의 즐거움을 느끼고 간다”며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