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울리는 세종시 슈퍼甲 '전셋집'

지금 세종시에선…
연말까지 6개 부처 2단계 이전, 5000여명 집구하기 전쟁

한달 새 3000만원 껑충…전용 59㎡ 는 분양가 추월
월세도 20만~30만원 올라
내달 13일부터 세종시로 이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사무관은 최근 가족이 모두 옮겨가는 계획을 포기했다. 한 달 새 3000만원이나 오른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그는 “올해 분양받은 아파트가 준공되는 2015년까지는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 2단계 이전을 앞둔 세종시가 전·월세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에 옮겨가는 부처는 산업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기관과 중앙노동위원회 등 10개 소속기관이고, 근무 인원만 56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거의 동시에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몰리면서 전세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1단계 이전을 마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공무원 5500여명을 합치면 현재 세종시에 거주하게 되는 공무원만 1만1100여명에 달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세종시에 지어진 아파트는 7500여가구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충남 연기군 등 세종시에 편입된 원주민 거주 주택을 빼면 실제 공무원이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는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2단계 이전 대상 공무원 5600여명 중에 연내 입주 주택을 확보한 1954명과 출퇴근 예정자 1288명을 제외한 2300여명은 당장 집을 구해야 하는 처지다. 내년에 준공 아파트가 쏟아지기 전까지는 전세대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세대란이 심화되자 세종시 아파트 전셋값은 올 들어 지금까지 1억원, 최근 한 달 새 1000만~3000만원 뛰었다. 정부청사 인근의 전용면적 59㎡형 아파트 전셋값은 1억7000만~1억9000만원 가량이다. 분양가(1억5000만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노원구와 은평구 등 서울 강북권 아파트 전셋값과 맞먹는 수준이다.

세종시 첫마을 중개업소 관계자는 “2200여가구에 달하는 첫마을 1단계 3개 단지 중에 전세 매물은 10여건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대기자가 많아 매물이 나온 뒤 두세 시간이면 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전셋집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급등하자 월세도 덩달아 뛰고 있다. 첫마을 전용 84㎡ 아파트는 최근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 오피스텔 등 소형 주거시설도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70만원은 줘야 구할 수 있다. 모두 연초보다 20만~30만원씩 올랐다.

세종시의 전·월세난은 대전 유성구와 조치원 등 인근 도시로 옮겨붙고 있다. 유성구 노은지구 전용 59㎡형 전셋값은 1억5000만~1억8000만원으로 최근 석 달 새 3000만원 올랐다.

유성구청에 따르면 1단계 세종시 이전 공무원 중에 906명이 유성구에 둥지를 틀었다. 문체부의 한 공무원은 “올여름 시세보다 3000만원을 더 주고 간신히 전셋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당초 다음달 말 입주 예정인 ‘세종 더샵 센트럴시티’ 등 4개 단지(2576가구)에 대해 입주시기를 20여일 정도 앞당길 방침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입주물량이 3분기 6085가구를 시작으로 분기마다 5000가구 이상씩 쏟아지기 때문에 주택 임대시장과 매매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