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넝쿨째 굴러올 10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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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2010년 낸 증권거래세 부당" …조세심판서도 유리할 듯국민연금공단이 2010년 낸 1000억원대의 증권거래세를 돌려받게 됐다. 이 중 일부는 이미 받았고 나머지인 76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절차를 밟고 있다.
7일 국민연금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국민연금과 한국예탁결제원이 영등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증권거래세 등 126억원 과세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 7월 국민연금 승소를 확정했다. 국민연금은 추가로 768억원(가산세 제외)을 돌려받기 위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국민연금이 이기면 총 환급액은 1000억원을 넘게 된다. 국민연금이 돌려받게 될 세금은 2010년 부과된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다. 국민연금은 2009년 12월까지 증권거래세를 내지 않았다. 당시 조세특례제한법(제117조 제1항)에 국민연금 등이 주식을 매매할 때 증권거래세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만료되면서 2010년 1월부터 증권거래세 납부 대상이 됐다.
국민연금은 우선 2010년 1~2월 거래에 과세된 세금에 대한 불복 절차를 밟았다. 조세심판원과 1심에서는 국민연금이 패소했으나 지난 1월 서울고법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데 이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왔다.
법원이 국민연금의 손을 들어준 건 개정 전 증권거래세법 해석 때문이다. 개정 전 증권거래세법 제6조는 ‘국가가 주권(주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증권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국가’에 국민연금이 포함되는지가 쟁점이었다.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 관리·운용 업무를 위탁받아 주식 거래를 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거래는) 국가의 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세청은 “조세특례제한법 조항이 만료된 데다 증권거래세법의 ‘국가’에 국민연금이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2011년 1월 시행에 들어간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이 국민연금 등은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2011년부터는 증권거래세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주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는 “국민연금은 관리와 운영 주체가 분리된 특수 사례라 이 같은 법원 해석이 가능했지만 다른 연기금 대부분은 관리·운영 주체가 같기 때문에 이 판결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