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기 다시 악화…선제 대응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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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기준금리 0.25%로 전격 인하유럽중앙은행(ECB)의 의사 결정 과정에 강한 입김을 과시해온 독일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긴축과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독일식 위기 해법 대신 적극적인 경기 부양론이 힘을 얻고 있다.
독일식 긴축보단 경기부양론 우세
내달 LTRO 추가 시행 가능성도
ECB가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25%로 낮춘 7일(현지시간)에도 독일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만장일치로 내려진 결정은 아니며 일부 국가는 ECB가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끝까지 금리 인하 방침을 못마땅해 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독일 국내 사정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는 불필요하다. 지난 6일 독일 경제부는 9월 공장주문이 전달보다 3.3% 늘어 시장 전망치(0.5%)를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분데스방크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ECB의 저금리 기조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독일로 유입되면서 대도시들의 집값에 적정가 대비 20% 정도 거품이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입장에서는 반대로 ECB의 금리 인상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국들의 성장률 전망치 하락세가 금리 인하를 이끌었다. 지난 5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당초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던 프랑스의 내년 성장률이 0.9%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인의 성장률 예상치도 0.9%에서 0.5%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실업률 전망치는 6개월 전 제시한 12.1%에서 0.1%포인트 오른 12.2%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유로존 회원국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독일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에 이르는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다는 점도 독일의 발언력을 약화시켰다. 올리 렌 EU집행위원장은 “독일의 무역흑자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물론 EU법에도 저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독일이 내수시장을 진작시켜 수입을 늘려 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을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벌써 다음 대책으로 향하고 있다. ECB가 연내에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안을 들고 나올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드라기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두 차례 시행을 통해 1조유로를 시중에 공급한 장기저리대출(LTRO)의 추가 시행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점쳐진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