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그레이트 캐릭터 에디션', 세상을 바꾼 당신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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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 스타일

역사와 품격의 상징인 몽블랑은 클래식한 만년필에 다양한 디자인을 덧입혀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특별한 재능을 통해 인류 문화에 많은 영향을 준 위대한 인물을 기리는 한정판 펜, ‘그레이트 캐릭터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만년필에 다빈치가 숨어 있다

콘(하단)을 통해서는 500년 전 다빈치가 선구적으로 창조한 자동차 무단 변속기를 보여주고 있다. 화이트 스타 로고가 뚜껑 안에 숨겨져 있는 점도 독특하다. 뚜껑 윗부분의 안쪽에 있는 거울을 통해 반사된 로고를 볼 수 있는데, 이는 글씨를 거꾸로 써서 거울로 비춰야만 읽을 수 있도록 했던 다빈치의 거울 글씨(mirror writing)를 표현한 것이다. 3000개만 생산했으며 가격은 개당 450만원.
●간디·히치콕·아인슈타인과 만나다
지난해 나온 ‘앨프리드 히치콕’은 스릴러 영화의 대가인 영국 히치콕 감독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그의 영화 ‘현기증’에 등장하는 어두운 계단이 전반적인 디자인의 소재다. 관객들을 공포에 몰아넣기로 악명(?) 높았던 이 감독의 ‘현기증 효과(vertigo effect)’를 떠올리게 한다. 클립은 영화 ‘사이코’에 나온 섬뜩한 칼 모양이다. 또 펜촉에는 히치콕의 자화상 스케치가 그려져 있는데, 영화 ‘로프’에서 아파트 창밖에 펼쳐진 도시의 네온사인에 자신의 자화상 스케치를 담아 두었던 장면을 따온 것이다.
올초 출시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만년필은 전 세계 3000개만 제작했는데, 아인슈타인의 공식 ‘E=MC²’ 를 통해 드러난 빛의 속도(초당 3억m)에서 따온 것이다. 캡에 장식한 플래티넘 도금선을 통해 그가 발견한 시공간 곡률(space-time curve)을 표현하고 있다. 몸체에 그가 남긴 유명한 과학공식이 새겨져 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유일한 펜’
몽블랑 펜촉에 새겨진 문양은 스탬핑(stamping) 작업을 통해 찍어낸다. 한정판 제품의 경우 정해진 수량의 생산을 마치면 펜촉에 사용한 스탬프를 모두 파기한다고 한다. 똑같은 디자인을 생산할 수 없도록 해 상품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한 것이다. 장인들이 손으로 만들기 때문에 몽블랑의 모든 펜은 전 세계 단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라고 몽블랑은 강조한다.
모든 몽블랑 제품은 주문제작이 가능하다. 장인들의 제작 과정을 웹캠을 통해 인터넷으로 볼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 주문제작을 이용하는 VIP 중 상당수는 몽블랑 아틀리에를 직접 방문해 제작 과정을 지켜본다고 한다. 의뢰할 수 있는 디자인과 소재엔 어떤 제약도 없다. 장인과 고객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고난이도’ 명품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몽블랑의 또 다른 매력이다.
펜촉에만 100단계 공정…'8'자 그리며 깐깐한 품질검사
몽블랑 만년필은 펜촉에만 100단계 이상의 제작 공정을 거친다.
펜촉은 금(gold)과 이리듐(iridium)으로 만든다. 펜촉 전체를 금으로 만들면 끝이 금세 무뎌지는 탓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끝 부분에 단단한 이리듐을 쓴다. 또 금은 24K가 아닌 18K짜리를 사용한다. 순도가 너무 높으면 펜촉이 쉽게 물러져서다. 이 두 가지 소재 외에 미적 요소를 위해 플래티넘, 로듐 등으로 도금하기도 한다. 완성된 펜은 곧바로 매장에 보내지지 않고 납 테스트 전문가에게 간다. 펜을 손에 쥐고 ‘8’자를 계속 그리며 필기감을 검사하는 게 이들의 임무다. 어떤 각도로, 어떤 방식으로 필기를 해도 완벽하게 부드러운지 확인한다. 또 잉크가 새진 않는지 눈으로 보고, 종이에 잉크가 스며드는 작은 소리까지 귀로 듣는다. 모든 만년필에 이런 전수검사가 이뤄진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