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부 법제처장 '아시아 법제전문가 교류회의' 첫 개최…"한국 법제 수출…해외 진출기업 적응 돕겠다"

“법에도 한류가 있습니다. 법제 수출로 해외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겠습니다.”

제정부 법제처장(57·사진)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이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한국의 법 체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 처장은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 법제교류 전문가 회의’에서 한국의 법 체계뿐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인 법령의 정비 시스템도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법제처는 아시아 국가들과 법제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아시아법제포럼을 한 뒤 올해 규모를 키워 한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법제 전문가 400여명이 참가하는 아시아 법제교류 전문가 회의를 연다. 제 처장은 “법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간접자본”이라며 “국가 간 법제를 교류하는 것은 그만큼 서로의 제도적 차이가 작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비슷한 법 체계를 가진 국가가 늘어날수록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국내와 비슷한 법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제처는 지난해부터 미얀마의 법령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상공부에 한국 소비자보호 관련 법령을 제공했다. 법제처는 2011년부터 ‘경제’ ‘노동환경복지’ ‘농촌 근대화’ ‘중소기업’ 등 대한민국 60여년의 법제를 분야별로 정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이 일본 등 선진국이 아닌 한국의 법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 제 처장은 “한국의 법 제도는 서구 모델에 입각해 있으면서도 농촌 근대화나 산업 육성 등 단기간 내 효율적 성장에 적합하도록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아시아법제포럼에서도 필리핀 태국 베트남 우크라이나 몽골 등 농업과 축산업을 중시하는 국가들이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나 ‘식량 자급 달성’ 등과 관련된 법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제 처장은 “앞으로 한국 기업이 원하는 분야의 법을 해외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제처는 이번 아시아 법제교류 회의에서 정보기술(IT)에 기반을 둔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법제처가 15년 전부터 구축해가고 있는 국가법령정보센터는 스마트폰 앱으로도 179만건의 법령과 판례 정보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검색창에 ‘운전면허’라고 치면 관련 법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는 등 맞춤형 정보도 가능하다. 제 처장은 “법치의 완성은 누구나 법을 쉽게 접하는 것”이라며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해외에 시스템 운용 노하우를 전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