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입력
수정
지면A23
코스피 31P 급락 1963한국 증시는 무기력했다. 장 시작부터 줄곧 빠진 끝에 코스피지수가 30포인트 넘게 떨어지면서 지수 1970선이 무너졌다.
美 "양적완화 연내 축소 가능"
외국인 8일 연속 순매도…5개월來 최대 낙폭
대형 악재 없는데 맥 못춰
그룹株 1~2개 계열사만 선방
14일 옵션만기일 '살얼음판'
삼성전자(-2.54%), 현대자동차(-2.01%) 등 간판기업 주가 역시 힘 한번 못 써보고 추락했다. 양적완화 조기 축소 가능성이 불거지고 외국인 자금이 서둘러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순식간에 증시가 두 달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현실화된 대형 악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2000억원도 안되는 외국인 순매도에 장이 휘둘리는 허약한 ‘맷집’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옥석(玉石) 구분 없이 모두 우르르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60%(31.92포인트) 떨어진 1963.56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9월6일 이후 두 달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하루 낙폭으론 6월20일(37.82포인트, -2.00%)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이 8거래일 연속으로 순매도하면서 지수 1960선까지 위협받았다. 외국인은 이날 18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두 달 넘게 한국 주식을 사던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데니스 록하트 미국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의 조기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발언 등을 빌미로 썰물 빠지듯 태도를 바꾸면서 증시가 얼어붙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시장에서도 5308계약 순매도하며 2533억원 규모 프로그램 차익·비차익매도를 유발했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선물 매도가 지속되면 14일 옵션만기일에 최대 25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도물량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3분기 실적에 실망한 데다 이미 한국 주식이 비싸졌다고 보고, 환율 등을 감안해 그간 매집한 대형주부터 차익실현에 나선 탓”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연쇄 실적 악화나 대형 부도 사태, 양적완화 축소 실시, 중국 경기 경착륙 같은 현실화한 대형 악재가 없는데도 주가가 힘 한번 써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형 우량주나 소형주 구분 없이 일제히 추락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727개 종목 중 이달 들어 12일까지 주가가 오른 종목은 전체의 37.4%인 272개에 불과했다. 반면 10% 이상 폭락한 종목만 8.8%인 64개에 달했다.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사도 결과가 다르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홀딩스가 15.57% 하락한 것을 비롯해 상장 5개사가 모두 하락했고, LG그룹은 11개 상장사 중 LG하우시스(1.17%)를 뺀 10개가 떨어졌다. 7% 이상 폭락한 종목만도 LG이노텍(-11.09%), LG생명과학(-10.85%) 등 5종목이나 됐다.
롯데(7개 중 6개 하락), CJ(6개 중 5개 하락), LS(7개 중 5개 하락), GS(7개 중 6개 하락), 포스코(4개 중 3개 하락), 한화(6개 중 4개 하락), 한국전력공사(3개 중 2개 하락) 등 대다수 그룹사에서 1~2개 상장사만 체면치레를 했을 뿐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연내로 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매도가 늘고 있지만 국내 기관 자금은 연말 수익률 관리에 들어가야 해 증시를 떠받칠 자금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김지성 노무라증권 한국리서치헤드는 “기본적으로 외국인 시각에선 한국 시장에서 살 만한 종목이 그리 많지 않다”고 거들었다.
◆“11월 ‘늦가을비’만 피해라”
다만 11월 하락장세 속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자동차, 조선 등 주도주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성적이 양호했던 종목은 현대미포조선(9.47%), 현대중공업(5.72%), 한화손해보험(5.01%), 현대위아(3.55%), 삼성중공업(2.44%), 삼성화재(2.02%), 현대모비스(0.67%) 등 조선·보험·차 업종이 많았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16개 상장사 중 3개가 올랐고, SK그룹도 11개 상장사 중 4개가 하락을 면했다. 현대차그룹(10개 중 3개 상승)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상장사 3개 중 2개가 올랐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 시점은 실적시즌이 끝나고 연말 소비 붐이 일기 전의 재료 공백기”라며 “12월에 연말 미국 소비가 살아나면 외국인 자금도 돌아오고 수출주를 중심으로 상승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동욱/황정수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