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인터뷰] 황점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대표 "가로수길·경리단길처럼 뜰 상권은 양재천길"

유동인구 가처분소득 높거나 임대료 싼 동네가 상권 활력
상품보다 '분위기' 팔아야 돈 돼
“상권 활력은 임대료와 유동인구의 가처분 소득 수준에 따라 좌우됩니다. 임대료가 저렴하거나, 유동인구의 가처분 소득이 많거나 둘 중에 어느 한 조건을 충족해야 이른바 뜨는 상권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종합 서비스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이하 쿠시먼)의 황점상 대표(사진)는 “서울 명동의 1층 대형 매장은 월 임대료가 3억원에 달하지만 씀씀이가 큰 해외관광객 덕분에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최근 뜨고 있는 이태원 경리단길은 상권의 발전 속도에 비해 월세가 200만~3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 다양한 예비 창업자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시먼은 2015년 개장 예정인 청담사거리 ‘버버리’ 플래그십스토어를 비롯해 강남역의 대표 랜드마크였던 옛 뉴욕제과 자리에 들어선 ‘에잇세컨즈’와 명동과 가로수길 등에 문을 연 ‘H&M’ 매장까지 굵직한 대형 브랜드 유치를 성공시키며 국내 상업용 부동산시장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 대표는 동대문 패션몰인 ‘뉴존’에서 분양과 마케팅 기획을 맡으면서 부동산에 눈을 떴다. 이후 LG백화점 신규사업팀에서 부지 매입 업무를 담당하며 구리점·부천점·안산점을 잇따라 출점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2000년 쿠시먼에 합류한 뒤 2008년부터 쿠시먼 한국지사 대표를 맡고 있다.

황 대표는 상가 매입을 고민 중인 투자자나 예비 창업자는 인근 상권의 특성과 배치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존 상권에 커피 전문점이 많다면 옷가게나 음식점 등 연계가 가능한 매장을 여는 게 좋다”며 “최근엔 스트리트 몰(길거리를 따라 길게 지어진 상가)로 조성된 상가가 유동인구를 많이 흡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동대문 쇼핑몰 성공 이후 공급이 크게 늘었던 테마형 상가는 투자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유망한 상권으로는 양재동에서 도곡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양재천 길을 꼽았다. 연인들을 위한 카페와 와인바 등이 어우러져 있는 곳으로 가처분 소득이 많은 강남권 거주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포화단계에 접어든 도심 상업시설은 공급에 앞서 차별화된 점포 구성(MD)등 사전 준비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쿠시먼이 MD부터 손을 대 위탁 운영까지 맡고 있는 판교신도시 ‘아브뉴프랑’ 쇼핑몰이 대표적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뷔페형 한식당인 ‘계절밥상’을 비롯해 유명 외식업체들을 대거 입점시켜 인근 거주자는 물론 판교테크노밸리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지역명소가 됐다. 백화점에서 볼 수 없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입점한 의류매장도 인기다.

황 대표는 “인근에 아브뉴프랑보다 입지가 좋은 상업시설이 있지만 상당수가 미분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상품보다는 분위기를 파는 방식으로 접근한 게 적중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서울 명동과 강남역, 가로수길 등 ‘황금상권’을 점령한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들의 지방 진출도 황 대표가 눈여겨보는 대목이다. 그는 “SPA 브랜드들은 지역의 상징성을 띠는 대표상권에 점포를 내고 있는 만큼 주요 지방도시 투자자들도 관심을 갖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끝으로 “좋은 상품을 갖고 있으면서도 자금과 조직이 부족해 유통망을 늘리지 못하는 중견 기업들에 도움이 되는 부동산 컨설팅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