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시산업 고성장…이제 국제화 서둘러야

정양환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부회장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은 수출주도형 국가인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그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 독일전시협회(AUMA)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83%의 독일 기업이 전시회 참가를 가장 효과적인 해외 마케팅 수단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아 주요 국가들도 앞다퉈 전시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0년부터 국내 전시회 예산 지원 및 인프라 구축 등 전시산업 발전을 위해 예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전시회 개최 건수가 2002년 248건에서 지난해에는 56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시장 면적도 2002년 10만㎡에서 지난해 27만㎡로 늘어나는 등 규모 면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런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국제전시회를 육성하고 성공사례를 확산시키는 등 국제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자면 특히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전시회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양질의 해외 바이어 유치가 중요하다. 전시회별로 많은 비용을 들여 해외 바이어를 유치하고, 참가기업들도 각기 거래 대상 바이어를 초청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전시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양질의 해외 바이어 수가 부족한 실정이다. 중소기업이 해외 전시회 참가에 지출하는 비용은 최소 2000만원, 국내전시회 참가에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 500만원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양질의 해외 바이어를 국내에서 개최되는 국제 전시회에 유치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둘째, 해외바이어 유치 못지않게 해외바이어 데이터 관리 또한 중요하다. 현재 체계적인 바이어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바이어 유치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전자전, 보석전 등 유명 국제 전시회를 여는 홍콩은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지원과 홍보를 통해 약 90만명의 해외 바이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철저한 데이터 관리를 통해 양질의 해외 바이어를 유치함으로써 홍콩에서 열리는 국제 전시회의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지난 13~16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80차 국제전시협회(UFI) 총회를 통해 국내 전시산업은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전시업계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이번 총회에는 전 세계에서 450명의 전시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불확실한 미래의 전시산업 환경에 대해 예측하고 대처 방안을 제시하는 등 매우 유익한 자리였다.

이러한 UFI 총회는 국내 전시산업이 국제화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향후에도 정부와 업계 및 전시산업진흥회는 국내 전시산업의 국제화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