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채권시장 약세 본격화
입력
수정
지면A12
국채금리 상승에 '스마트 머니' 속속 이탈미국 채권시장은 일부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상승세를 지속해왔다. 경기회복세가 미약한 데다 물가상승률도 낮아 미국 중앙은행(Fed)이 채권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가 다시 본궤도에 진입하면 자연스럽게 금리가 오르고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채권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채권시장 약세장이 이미 시작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채권 전문 펀드매니저 등 이른바 ‘스마트 머니’가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 지난 5월 연 1.6%에 불과했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최근 연 2.7%대로 올라간 상태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그만큼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채권 약세를 촉발시킨 것은 벤 버냉키 Fed 의장의 발언이다. 그가 지난 5월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연내 채권매입 프로그램의 규모 축소(테이퍼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힌 뒤 채권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테이퍼링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하락세가 멈췄지만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이 결국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Fed가 다음달이나 내년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 가격 하락이 생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블랙록은 국채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에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JP모간체이스도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내년에 연 3.65%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 채권 펀드의 자산운용 규모는 3조8000억달러로 2000년의 7200억달러에 비해 420% 이상 불어났다. 미국 투자자들이 그만큼 채권에 많이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채권시장이 급격히 약세로 돌아설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