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콜 차입 규제…구조조정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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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2015년부터…중소형 증권사 "문닫는 곳 나올 것"2015년부터 증권사들은 콜시장(금융회사 간 초단기 자금조달 시장)을 통해 돈을 빌릴 수 없게 된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대표하고 있는 파생상품시장의 지표금리를 코리보(국내 은행 간 평균 단기금리)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당국은 콜시장 규제를 통해 부실 중소 증권사에 대한 시장 자율적 구조조정이 촉진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고채딜러자격 갖춘 증권사 등 16곳은 제외
파생상품 지표 금리로 CD금리 대신 코리보 활용
금융위원회는 증권사들의 콜시장 의존도를 줄이고, 단기자금시장의 만기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 은행만 콜시장에 참여시키는 내용의 ‘금융회사 간 단기자금시장 개편방안’을 20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2015년부터 증권, 보험, 카드, 캐피털 등 2금융권의 콜시장 참여를 금지하기로 했다. 증권사를 제외한 2금융권의 콜시장 참여는 미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증권사가 규제 대상이다. 다만 자금 차입(콜 머니) 측면에서 국고채전문딜러(PD) 자격을 갖춘 증권사와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조작대상(OMO) 자격 증권사 등 16곳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고채 투자중개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콜차입이 늘어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PD나 OMO 자격을 갖춘 증권사는 KDB대우·우리투자·삼성·한국투자·현대·신한금융투자·대신·동양·한화투자·동부·교보·SK·미래에셋·HMC투자·KB투자·신영증권 등이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 중 콜차입 한도가 현행 자기자본의 25%에서 14%로 낮춰진다.
김용범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그동안 증권사들이 너무 쉽게 하루 만기 콜시장에서 단기자금을 끌어다 장기로 운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며 “콜시장이 감독과 규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규제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08년 말 금융위기에 따른 일시적 자금 경색으로 콜시장에 의존하던 5개 증권사가 부도가 날 뻔해 당시 한국은행과 증권금융이 1조5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했다. 김 국장은 “단기자금시장이 콜시장에 편중돼 콜시장 불안시 시스템 리스크를 증대시킬 우려가 있다”며 “환매조건부채권(RP)시장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다양한 만기 상품의 발달도 막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월 말 현재 단기금융시장 규모(하루 평균)는 48조원이고 이 중 30조원이 콜거래다. 기관 간 RP는 17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콜차입 규제는 당장 중소 증권사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규제를 피하게 된 PD와 OMO 자격을 갖춘 증권사는 대부분 대형사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 가운데 2015년 중 문 닫는 곳이 나올 수 있고, 콜차입 규제는 증권사 구조조정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CD금리를 대신해 코리보를 금리스와프(IRS) 등 파생상품시장의 지표금리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CD금리는 2009년 금융당국의 은행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비율) 규제로 사실상 지표금리로서 역할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