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년 사학명문 진명학원…수십억 '검은 거래' 재판에

이사장·건설업자 구속기소
75억에 이사장 자리 팔아
동문들 "학교에 먹칠" 분개
“108년 역사의 명문 여고가 이렇게 언론에 오르내리다니….”

진명여고 동문과 교사들은 최근 학교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전임 이사장이 사학비리로 해임된 데 이어 학교법인을 인수한 현 이사장도 법인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른 때문이다. 조선 말기 국모였던 엄순헌 귀비가 여성 교육에 뜻을 세우고 친오빠였던 엄순원 선생에게 학교 대지를 하사하면서 1906년 세워진 진명여고는 국내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을 배출하는 등 서울지역 명문 여고로 위상을 굳혀왔다. 종로구 창성동을 떠나 1989년 지금의 목동으로 옮겨서도 건학 이념인 ‘진덕계명(進德啓明·덕을 쌓고 학업을 닦아 나의 빛으로 겨레와 온누리를 밝게 비춘다)’에 맞춰 인재 양성에 힘써왔다.

그러나 1994년 4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변모씨(61)가 2000년대 들어 사학비리를 저지르면서 진명여고는 순식간에 추문에 휩싸였다.

변씨는 학교 법인 소유의 토지 16필지(6억4000만원)를 불법으로 팔아치워 챙기고 교원 채용 과정에서 이사회도 제대로 개최하지 않는 등 사학비리를 저질러 2010년 해임됐다. 자산 규모 900억원대 학교법인이 140억원대 매물로 나왔지만 이를 인수한 현직 이사장도 사학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진명학원 이사장인 류모씨(57)는 변씨에게 75억원을 넘겨주고 진명여고 교장 자리에 오른 뒤 지속적으로 비자금을 조성·사용해왔다. 서림학원 이사장이기도 한 류씨는 자신의 형과 건설업자 박모씨가 짜고 서림학원에서 운영하는 장안대의 각종 공사에서 공사 대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조성한 비자금 70억5000만원을 진명학원 인수 대금 등으로 썼다. 진명여고 교사 및 총동문회 등은 재단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등 반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박찬호)는 학교 재단을 매매하고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증재)로 진명학원·서림학원 이사장 류씨와 재단 비자금 조성 과정에 개입한 건설업자 박씨 등 2명을 20일 구속 기소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류씨의 친형과 학교법인 인수 과정을 도와주는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전 서울시 교육위원 김모씨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전임 이사장인 변씨는 거액을 받고 재단을 류씨에게 넘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구속 수감된 상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