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쪼갰더니 '원조' 만 웃었다

지주사 전환 효과'승승장구'
네이버·동아쏘시오·아세아 등 분할 재상장 뒤 주가 급등

신설법인은 수혜 못 누려
동아에스티·NHN엔터 등 하락…인덱스 종목서 빠져 수급 꼬여
인적 분할한 상장사 가운데 기존 상장사의 정체성을 이어받은 존속법인 주가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업 분할이 박스권 장세에서 눈에 띄는 호재가 되다보니, 분할 발표를 하고 아직 분할 전인 한일이화, 종근당 등 주가도 하반기에만 40% 이상 치솟았다. 신설법인이 각종 인덱스에서 빠져 외국인과 기관 자금의 매수세가 존속법인으로 몰렸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분할 재상장 종목 일제히 강세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분할 발표만 한 상태인 종근당, 우리금융, 한일이화, 일동제약, 코스맥스 등 주가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일이화의 하반기 주가 상승률은 62.86%로 가장 가파르다. 종근당, 우리금융, 일동제약 등도 하반기 주가 상승률이 각각 43.86%와 18.96%, 12.20%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7.68%를 훌쩍 뛰어넘는다.

상장사들이 기업 분할에 나서는 것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지주회사라는 재료는 대체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그동안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던 손자회사들의 가치도 재평가받을 수 있어서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강은표 삼성증권 연구원은 “많은 기업들이 기업 분할 전 자사주를 매입해 지분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작업을 한다”며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생겨난 기대감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분할 상장 재료의 파급력이 더 컸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일이화, 아세아 등은 중국 경기회복 수혜주”라며 “지주회사 전환 호재에 업황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아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분할 후 주가 방향은 제각각

분할 작업을 마치고 재상장한 기업들은 존속법인이냐, 신설법인이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지난 4월8일 재상장한 동아쏘시오홀딩스 주가(지난 20일 종가 기준)는 시초가보다 57.69% 오른 반면 신설법인 동아에스티는 34.02% 빠졌다.

네이버와 아세아의 주가 패턴도 엇비슷했다. 두 종목 주가는 시초가보다 각각 36.96%, 10.63% 오른 반면 신설법인인 NHN엔터테인먼트와 아세아시멘트 주가는 각각 36.59%와 13.56% 떨어졌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사업 잠재력이 높다는 점에서, 아세아시멘트는 45만주의 OCI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면에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전 연구원은 “신설법인들은 코스피200과 같은 인덱스에서 빠지게 된다”며 “인덱스 종목을 묶어 사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 매수자금이 줄면서 일시적으로 수급상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성과를 꾸준히 내는 신설법인의 경우 주가가 저평가 국면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의 경우도 없지는 않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22일 분할 상장을 신청, 9월16일 사업회사 대한항공(존속법인)과 지주회사 한진칼(신설법인)로 재상장됐다. 하지만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존속법인 주가는 44.99% 하락했다. 기업 분할 전에는 항공 업황 악화로 누적된 적자가, 분할 후에는 경영난에 빠진 한진해운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