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정원 1명 줄이는 데 혈세 2200만원… '반짝 효과'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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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정원 줄이고도 '정원外 모집' 확대 방조[ 김봉구 기자 ] 정부가 대학 입학정원 한 명 줄이는 데 평균 2200만 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정작 대학 덩치를 줄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정원 자체의 감축 효과도 크지 않았을 뿐더러, 정원과 별개로 적용되는 대학들의 '정원외 모집' 확대를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향후 대학 구조조정 정책 '반면교사' 삼아야
한경닷컴은 2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의원(민주당)이 펴낸 '대학 구조개혁(정원) 정책 평가와 전환' 주제의 2013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입수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 학생 1명 줄이는 데 평균 2200만원…성대는 1인당 3434만원 투입이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5~2008년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3231억3500만 원의 예산을 지원, 총 1만4779명의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했다.
입학정원 감축을 조건으로 정부 재정을 직접 지원한 이 사업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수도권 대규모 대학들이 주요 타깃이 됐다.대학 신입생 수 한 명을 줄이는 데 평균 2200만 원의 세금을 투입한 셈. 4년간 인원 300명을 줄이면서 103억300만 원의 사업 예산을 배정받은 성균관대의 경우 학생 1명당 약 3434만 원을 지원받았다.
상당한 예산을 들였지만 구조조정 효과는 미미했다. 특히 사립대는 사업 추진 직전인 2004년 입학정원 대비 약 3.4%(1만8000여 명) 감축에 그쳤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주도한 국·공립대의 경우 2009년까지 목표치였던 입학정원 15% 축소를 초과 달성한 것에 비하면 사립대는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다.
○ 입학정원 줄여봤자 뭐하나… '정원外' 코스 늘린 대학 덩치 더 커졌다더 큰 문제는 이들 대학의 학생 수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데 있다. 구조개혁과 재정지원사업을 연계시켜 구조조정을 유도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쳐 제대로 된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사업을 시작한 2005년과 2013년 재학생 숫자를 비교해보면 △연세대 1만9101명→1만9226명 △고려대 1만9359명→2만105명 △성균관대 1만8313명→1만9365명 △한양대 2만4739명→2만4887명 △이화여대 1만5968명→1만6083명 등 모두 증가했다.
이들 대학의 정원 자체는 줄었지만 전체 학생 숫자는 되레 늘어난 것은 '정원외 모집'으로 들어온 학생들의 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대학들의 정원외 재학생 수는 2005년에 비해 150%나 증가했다.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세금을 쏟아 붓고도 공룡화 된 수도권 대규모 대학의 정원 감축 유도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대학구조조정 방향과 달리)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전체 대학의 '슬림화' 방안과 부실대학 정상화 문제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다"며 "5등급으로 나눠 하위 등급은 퇴출, 이런 방식보다는 전체 대학의 균형잡힌 구조개혁 추진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의지를 갖고 세밀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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