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인터뷰]`노라노` 김성희 감독 "`패션 다큐`,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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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이라는 말도 없던 시절, 노명자라는 이름을 버리고 노라노(Nora Noh)라는 이름의 패션 디자이너가 된 여성. 85세 나이에도 여전히 칼 같은 손놀림으로 옷을 재단하는 그녀가 다큐멘터리 `노라노`로 탄생하면서 지난해 60주년 기념 전시회 `라비앙 로즈`가 열렸을 때에 이어 또 한 번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60년대 윤복희의 미니스커트를 처음으로 스타일링한 디자이너, 1963년 세계 최초로 디자이너 기성복을 생산한 디자이너로 유명한 노라노 선생은 영화의 개봉과 함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디자이너 노라노만이 재조명받는 것은 왠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지 `잘 나가는 사모님`이라면 다 알았다는 노라노, 그렇지만 2000년대 이후로 젊은 세대들은 잘 몰랐던 노라노를 굳이 찾아가 영화를 찍겠다고 한 또 다른 여성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노라노`를 첫 작품으로 연출한 김성희 감독을 패션 디자이너 리아 성(Lea Seong)과 함께 만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기자: 무엇보다 어떻게 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김성희 감독(이하 김): 나는 사실 패션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선생님의 옛 패션쇼 사진과 자료들을 정말 우연히 접하고는 매력을 느꼈다. 좀 더 찾아보니 노라노 선생님의 일생이 한국 여성 문화사 전체를 관통하고 있더라. 그리고 그 인생은 현재의 2030세대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0년부터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리아 성(이하 성): 미국 디자이너 다큐 중 `UNZIPPED`라는 것이 있다.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Issac mizrahi)를 다룬 1990년대 작품인데, 디자이너의 삶을 다룬 것 중 굉장히 깊이 있는 작품이다. 그 영화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김: 사실 패션계와 별 상관도 없는 사람이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데 실제 디자이너도 재미있게 봐 주었다니 고맙다. 패션 관련된 영화들을 찾아볼 만큼 찾아봤다고 생각했는데, `UNZIPPED`는 접하지 못했다.
성: `UNZIPPED`는 패션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유명한 작품인데, 십중팔구 감독님도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 보고도 그만큼 패션의 맥을 잘 짚는 작품을 만드셨다니 대단하다. `노라노`는 외국에 내보내도 큰 인상을 남길 것 같다.
기자: 영화를 개봉시키고 나서 주변의 반응이 전부 패션계 사람들 같지는 않을 텐데. 감독님은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김: 아까도 말했지만 패션에 평소 별 관심이 없어 잘 몰랐는데, 이 영화를 만들고 나니 `사람들이 패션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이란 단순히 입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예술의 모든 면이 응축된 것이다. 한 번 패션쇼를 하려면 옷 만들기는 물론 음악, 인테리어, 크게는 건축에 대한 조예까지 깊어야 하더라. 하지만 `노라노`가 `패션 다큐`라고 표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재를 그저 가볍게 보고 편견을 갖는 것 같았다. 패션 디자이너라는 게 결코 그렇게 화려하기만 한 직업이 아닌데.
성: 패션 디자이너로서 말하자면, 디자이너란 한 마디로 `화려한 노가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디자이너치고 네일아트가 완벽히 된 예쁜 손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디자이너가 아니라 비즈니스 우먼이다. 노라노 선생님도 80대 나이에도 그렇게 예쁘게 꾸미고 계시지만 손을 보면 굳은살과 손톱 모양이 현역 디자이너의 것이다. 그런 점을 혹시 눈치채고 영화를 기획하셨는지?
김: 물론이다. 노라노 선생님이 그런 노련한 디자이너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시작했다. 또 패션을 포함하는 대중문화에 평소 관심이 많아 노라노 선생님을 다루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 노라노 선생님의 기성복 또는 미니스커트의 역사에 대해 다루는데, 노라노라는 그 노련한 디자이너의 철학이 어떻게 대중과 접점을 이뤘는지를 조명해 보고 싶었다. 디자이너가 대중을 만나는 그 과정 말이다.
성: 영화를 보면 대중과의 접점도 잘 표현이 되었지만, 노라노 선생님의 소위 `디자이너 포스`도 어쩌면 그렇게 잘 전달됐나 싶을 정도다. 선생님의 삐친 표정이나, "옷은 옷 같아야 한다"며 내뱉고 휑하니 나가버리실 때의 분위기라든지. 디자이너로서, 여자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영화를 보며 네 번이나 울었다. 나 외의 다른 관객도 눈물짓더라.
김: 사실 영화를 만들면서는 선생님의 캐릭터가 스크린에 그대로 전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에게 그게 잘 전달이 안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감동을 관객에게 줬다면 다행이다.
기자: 실제로 옆에서 지켜본 디자이너 노라노는 어떤 사람이라고 느껴졌나.
김: 선생님 본인도 본인이지만, 젊었을 때의 선생님 사진 등 자료를 보면 정말 대단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력은 물론이고 성격 등 모든 면에서. 패션이라는 게 있지도 않았던 시대에 패션 디자이너로서, 싱글 여성으로서 대체 어떻게 시대를 헤쳐오셨을까 싶어서. 지금의 모습을 보면 그저 존경심이 생긴다.
기자: 영화를 찍으며 어려운 점이 있지는 않았는지.
김: 80대의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는 것. 그저 내가 맞춰 드리는 게 최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에 함께 등장하는 서은영 스타일리스트는 그렇지 않았다. 나중에 나는 선생님께 좀 더 직접적인 질문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아쉬움을 좀 더 직선적인 서은영 스타일리스트가 커버해 주었다.
성: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 면도 영화에서 참 잘 부각됐다. 노라노와 서은영은 세대 차이 때문에 충돌한 게 아니다. 직업상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가장 잘 보완하는 게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는 그런 충돌과 화음이 빚어내는 패션계의 치열함이 가감없이 녹이 있다.
김: 첫 영화여서 좀 더 용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봐 주시는 관객이 있다는 것에 힘을 얻는다.
기자: `노라노`와 관련된 감독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김: 네덜란드 암스텔담 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에 선을 보이게 됐다. 외국 관객들이 과연 어떤 부분에서 어떤 매력을 느낄지가 궁금하다. 앞으로도 새내기 감독으로서 대중문화의 주목할 부분을 찾아 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장소협찬: CAFE4M)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yeeune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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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윤복희의 미니스커트를 처음으로 스타일링한 디자이너, 1963년 세계 최초로 디자이너 기성복을 생산한 디자이너로 유명한 노라노 선생은 영화의 개봉과 함께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디자이너 노라노만이 재조명받는 것은 왠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지 `잘 나가는 사모님`이라면 다 알았다는 노라노, 그렇지만 2000년대 이후로 젊은 세대들은 잘 몰랐던 노라노를 굳이 찾아가 영화를 찍겠다고 한 또 다른 여성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노라노`를 첫 작품으로 연출한 김성희 감독을 패션 디자이너 리아 성(Lea Seong)과 함께 만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기자: 무엇보다 어떻게 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하다.김성희 감독(이하 김): 나는 사실 패션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런데 선생님의 옛 패션쇼 사진과 자료들을 정말 우연히 접하고는 매력을 느꼈다. 좀 더 찾아보니 노라노 선생님의 일생이 한국 여성 문화사 전체를 관통하고 있더라. 그리고 그 인생은 현재의 2030세대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0년부터 이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리아 성(이하 성): 미국 디자이너 다큐 중 `UNZIPPED`라는 것이 있다.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Issac mizrahi)를 다룬 1990년대 작품인데, 디자이너의 삶을 다룬 것 중 굉장히 깊이 있는 작품이다. 그 영화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김: 사실 패션계와 별 상관도 없는 사람이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데 실제 디자이너도 재미있게 봐 주었다니 고맙다. 패션 관련된 영화들을 찾아볼 만큼 찾아봤다고 생각했는데, `UNZIPPED`는 접하지 못했다.
성: `UNZIPPED`는 패션 디자이너들 사이에선 유명한 작품인데, 십중팔구 감독님도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안 보고도 그만큼 패션의 맥을 잘 짚는 작품을 만드셨다니 대단하다. `노라노`는 외국에 내보내도 큰 인상을 남길 것 같다.
기자: 영화를 개봉시키고 나서 주변의 반응이 전부 패션계 사람들 같지는 않을 텐데. 감독님은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김: 아까도 말했지만 패션에 평소 별 관심이 없어 잘 몰랐는데, 이 영화를 만들고 나니 `사람들이 패션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이란 단순히 입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예술의 모든 면이 응축된 것이다. 한 번 패션쇼를 하려면 옷 만들기는 물론 음악, 인테리어, 크게는 건축에 대한 조예까지 깊어야 하더라. 하지만 `노라노`가 `패션 다큐`라고 표현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재를 그저 가볍게 보고 편견을 갖는 것 같았다. 패션 디자이너라는 게 결코 그렇게 화려하기만 한 직업이 아닌데.
성: 패션 디자이너로서 말하자면, 디자이너란 한 마디로 `화려한 노가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디자이너치고 네일아트가 완벽히 된 예쁜 손톱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건 디자이너가 아니라 비즈니스 우먼이다. 노라노 선생님도 80대 나이에도 그렇게 예쁘게 꾸미고 계시지만 손을 보면 굳은살과 손톱 모양이 현역 디자이너의 것이다. 그런 점을 혹시 눈치채고 영화를 기획하셨는지?
김: 물론이다. 노라노 선생님이 그런 노련한 디자이너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시작했다. 또 패션을 포함하는 대중문화에 평소 관심이 많아 노라노 선생님을 다루고 싶었다. 영화를 보면 노라노 선생님의 기성복 또는 미니스커트의 역사에 대해 다루는데, 노라노라는 그 노련한 디자이너의 철학이 어떻게 대중과 접점을 이뤘는지를 조명해 보고 싶었다. 디자이너가 대중을 만나는 그 과정 말이다.
성: 영화를 보면 대중과의 접점도 잘 표현이 되었지만, 노라노 선생님의 소위 `디자이너 포스`도 어쩌면 그렇게 잘 전달됐나 싶을 정도다. 선생님의 삐친 표정이나, "옷은 옷 같아야 한다"며 내뱉고 휑하니 나가버리실 때의 분위기라든지. 디자이너로서, 여자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영화를 보며 네 번이나 울었다. 나 외의 다른 관객도 눈물짓더라.
김: 사실 영화를 만들면서는 선생님의 캐릭터가 스크린에 그대로 전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에게 그게 잘 전달이 안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감동을 관객에게 줬다면 다행이다.
기자: 실제로 옆에서 지켜본 디자이너 노라노는 어떤 사람이라고 느껴졌나.
김: 선생님 본인도 본인이지만, 젊었을 때의 선생님 사진 등 자료를 보면 정말 대단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실력은 물론이고 성격 등 모든 면에서. 패션이라는 게 있지도 않았던 시대에 패션 디자이너로서, 싱글 여성으로서 대체 어떻게 시대를 헤쳐오셨을까 싶어서. 지금의 모습을 보면 그저 존경심이 생긴다.
기자: 영화를 찍으며 어려운 점이 있지는 않았는지.
김: 80대의 선생님과 호흡을 맞추는 것. 그저 내가 맞춰 드리는 게 최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에 함께 등장하는 서은영 스타일리스트는 그렇지 않았다. 나중에 나는 선생님께 좀 더 직접적인 질문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아쉬움을 좀 더 직선적인 서은영 스타일리스트가 커버해 주었다.
성: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 면도 영화에서 참 잘 부각됐다. 노라노와 서은영은 세대 차이 때문에 충돌한 게 아니다. 직업상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서로를 가장 잘 보완하는 게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는 그런 충돌과 화음이 빚어내는 패션계의 치열함이 가감없이 녹이 있다.
김: 첫 영화여서 좀 더 용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봐 주시는 관객이 있다는 것에 힘을 얻는다.
기자: `노라노`와 관련된 감독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김: 네덜란드 암스텔담 국제다큐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해외에 선을 보이게 됐다. 외국 관객들이 과연 어떤 부분에서 어떤 매력을 느낄지가 궁금하다. 앞으로도 새내기 감독으로서 대중문화의 주목할 부분을 찾아 조명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장소협찬: CAFE4M)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yeeuney@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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