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배터리 주도권 '불꽃튀는' 3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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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입증 리튬이온 vs 대용량 리튬폴리머 vs 값싼 납축전지전기를 비축해 필요할 때 이를 꺼내 쓰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급성장할 조짐을 보이면서 배터리 제작 방식을 놓고 업체 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기술력이 입증된 리튬이온과 고용량·고출력 제품에 적합한 리튬폴리머가 ‘2강’을 형성하며 경쟁 중이다. 여기에 자동차용 배터리로 쓰이는 납축전지도 낮은 가격을 무기로 경쟁에 가세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효율의 극대화 여부가 ESS 시장의 대세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SDI·LG화학, 리튬이온으로 주도권
"리튬폴리머가 수명 길다" 코캄·SK이노베이션 반격
세방전지 등 납축전지社, 가격 무기로 시장 공략
○기술력 축적된 리튬이온 ESS는 발전소나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중대형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전력망으로 공급하는 장치다.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발전의 경우 발전 시간대와 전기를 쓰는 시간대가 다른 만큼 ESS는 필수 설비다. 전기료 인상으로 값싼 전기를 비축, 비쌀 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파이크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 규모는 2010년 2조원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30배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ESS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SDI와 LG화학 등이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소형 IT(정보기술) 기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양산해온 기술력과 경험이 강점이다. 리튬이온 방식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공정이 비교적 단순해 대량생산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1991년 소니가 상용화에 처음 성공한 뒤 20여년간 IT 기기에 많이 활용되면서 관련기술도 가장 많이 축적돼 있다.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ESS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대량으로 ESS용 리튬이온배터리를 생산해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시장을 선점한다는 게 삼성과 LG 등의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의 요구에 맞게 맞춤형으로 ESS 배터리를 디자인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용량 리튬폴리머의 부상
산업용, 중대형 2차전지 분야의 전문기업인 코캄은 리튬폴리머 방식의 배터리를 ESS에 적용했다. 1998년 독자적으로 이 방식의 원천기술을 확보한 코캄은 2010년 미국 다우케미칼과 전기차 2차전지 생산공장을 짓는 등 국내보다는 세계시장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리튬폴리머 방식은 에너지 밀도는 높게 유지하면서도 리튬이온과 달리 전해액을 쓰지 않는다. 대신 화학적으로 안정성이 큰 고체나 젤 형태의 전해질을 쓴다. 덕분에 리튬이온 방식에 비해 폭발 위험성이 낮다. 다만 가격이 비싸 경제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중대형 2차전지 시장을 공략중인 SK이노베이션도 리튬폴리머 방식을 채택했다.
하상한 코캄 상무는 “에너지 밀도, 규격, 출력, 수명 등에서 리튬폴리머 방식이 ESS와 같은 대용량 배터리에는 가장 적합하다”며 “가격은 비싸지만 수명이 길어 오래 쓸수록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가격 앞세운 납축전지 세방전지, 아트라스BX 등 납축전지 업체들은 경제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리튬이온이나 리튬폴리머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크기가 중요하지 않은 곳에서는 납축전지 방식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ESS의 전단계인 국내 산업용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시장을 석권한 세방전지는 이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 ESS 보급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대응 세방전지 기술연구소장은 “납축전지는 UPS에 오랫동안 쓰여 친숙할뿐더러 기능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부피에 민감하지 않은 사업자라면 납축전지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등 전력 사정이 좋지 않고 가격에 민감한 신흥시장에서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안재광/배석준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