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비틀즈·코롤라·아이팟…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감성코드에 바치는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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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로 본 시대의 아이콘들
![](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AA.8069182.1.jpg)
영화는 반미 성향을 가진 젊은 신임 총리가 취임 퍼레이드를 하는 도중 폭탄테러로 암살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에 앞서 현장 부근에선 택배기사인 아오야기가 대학 시절 친구인 모리타와 오랜만에 재회하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친구는 “너는 곧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당할 거야. 도망쳐!”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곧 총리가 탄 차량에 원격조종된 헬기 폭탄이 날아들고 모리타가 탄 차량도 폭발한다. 아오야기는 영문도 모르는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가 암살현장에 있었음을 증언하는 목격자, 헬기 폭탄을 조종하고 있는 아오야기의 증거 영상 등이 차례로 공개되고 그의 모든 과거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증거가 된다. 아오야기는 그를 사살하기 위해 다가오는 경찰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결백을 증명해야만 한다.
![반미성향의 日 총리 취임 퍼레이드 도중 폭탄테러로 암살 당해 범인 지목 된 택배기사 영문도 모른채 쫓겨](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AA.8069165.1.jpg)
![](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AA.8069170.1.jpg)
코롤라 vs 렉서스
코롤라의 성공은 렉서스가 이어받게 된다. 1983년 8월 당시 도요타 에이지 회장은 비밀리에 중역회의를 소집하고 “세계 최고와 어깨를 겨루는 품격 있는 차를 창조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F1 프로젝트’(→렉서스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 놓는 계획) 가동을 지시했다. 여기서 F는 각 브랜드 최고의 차량을 일컫는 ‘플래그십(Flagship:최고를 뜻함)’, 숫자 1은 넘버원 자동차를 뜻했다. F1 프로젝트는 도요타의 경험과 기술을 최대한 반영하되 기존 제품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완전하고도 완벽한 브랜드를 창조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1989년 9월1일, 렉서스의 첫 모델이자 기함인 ‘LS400’이 미국에 출시되자 전 세계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4L 250마력의 엔진을 장착한 이 모델은 시동을 건 지 불과 7.9초 만에 시속 60마일까지 가속할 수 있는 성능을 선보였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으며 경쟁 브랜드들보다 더 빠르고 더 우수한 연비를 가진 것이었다. 실내는 세계 최고의 오디오 시스템을 갖췄고 미국 시장에 출시된 모델 중 가장 조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업계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세계 고급차 시장을 양분하던 독일계 브랜드의 경쟁 모델보다 3만달러 이상 저렴했다는 점이다. 벤츠 BMW와 맞먹는 품질과 성능에 가격은 훨씬 저렴했던 것이다. 세계적 자동차 시장조사업체인 JD파워가 그동안 렉서스를 품질 및 서비스지수에서 무려 100여차례나 1위에 올려놓은 배경이기도 하다.
바로 이 렉서스가 영화 속에서 취임 퍼레이드를 펼친 총리의 의전 차량으로 등장한 것은 일본인들이 렉서스 브랜드를 코롤라만큼이나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다.
애플의 질주 코드를 담다
주인공이 이 흘러간 노래를 아이팟나노를 통해 듣는 장면은 초기 산업화 시대와 후기 정보화 시대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묘한 느낌을 준다. 비록 지금은 삼성전자에 추격을 허용했지만, 애플은 아이팟나노-아이폰-아이패드의 잇따른 성공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 기업이다. 고(故) 스티브 잡스 시절의 기상천외한 발상과 자유로운 상상력은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아오야기가 플라스틱 덩어리에 불과한 아이팟나노 덕분에 경찰이 쏜 총알을 맞지 않는 장면은 당시 애플의 질주 코드에 대한 존경을 한가득 담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적 비약이 너무 심했던 것이 아닐까. 최고에 바치는 일본인 특유의 헌사가 작용한 것일 게다.시네마노믹스 자문 교수진 가나다순
▲송준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정재호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