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면허제 '만지작'…700만 꾼들 어쩌나

커버스토리

해수부, 12월 도입 추진
무면허 걸리면 과태료…'레저에 준조세' 반발 예상
43년째 충남 보령에서 꽃게와 아귀, 주꾸미를 잡아온 정지영 씨(58). 그는 올해부터 그물을 걷어치우고 낚싯배 운영을 시작했다. 낚시 관광객이 인근 바다의 치어(稚魚)들까지 무차별적으로 낚아올리면서다. 어획량 급감으로 소득이 줄어들자 차라리 낚시 관련업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예상은 적중(?)했다. 정씨가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 명 안팎의 낚시꾼을 태우고 받는 돈은 80만원가량. 그는 “기름값을 제외해도 한 달에 500만~6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사”라며 “동료 어민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어촌이 밀려드는 낚시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90년 325만명이던 낚시 인구는 주5일제 근무 확산 등으로 2000년 500만명을 처음 돌파한 뒤 지금은 7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들의 어획량도 상당하다. 연평균 23만t으로 어민 전체 어획량(111만9000t)의 20% 수준이다. 보령 오천항의 이성준 어촌계장은 “낚시꾼은 재미로 잡겠지만 우리에겐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낚시꾼들은) 서해바다에서 물고기들을 싹쓸이해 가는 중국 어선만큼이나 무서운 존재”라고 말했다.

보다 못해 정부가 나설 태세다. 해양수산부는 다음달 열리는 경제장관회의에 낚시면허제 도입 방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일정 금액을 내고 면허증을 사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고 잡을 수 있는 어종과 마리 수도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해양전문가 출신인 윤진숙 해수부 장관이 어족 자원과 주변 환경 보호를 위해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낚시로 인한 어민 피해의 심각성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와 있다”며 “피해가 심각한 주꾸미 같은 어종은 낚시금지 기간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면허제 도입은 쉽지 않다. 낚시도 등산처럼 국민 레저생활의 일부인데 왜 준조세나 다름없는 면허료를 물리느냐는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두 차례 면허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