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낚시면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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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옛 그림에는 낚시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겸재 정선의 산수화에도 배를 타고 낚시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돋보기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얼레에 실을 매어 고기를 낚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요즘도 마니아들에게 인기 있는 견지낚시다. 다산 정약용의 ‘두미협의 고기잡이 구경’이라는 시에도 팔당호 부근의 얼음 견지낚시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낚시 도구와 방법의 진화에 따라 낚시 인구도 급증했다. 20여년 전 320여만명에서 700여만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잡는 물고기가 연평균 23만t으로 어민 전체 어획량의 20%에 이른다고 한다. 급기야 어민들이 “치어까지 마구잡이로 잡는 낚시꾼 때문에 고기잡이를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는 상황까지 왔다. 어자원 부족뿐만 아니라 쓰레기 등 오염 문제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오락이 생업을 질식시키는 모양새다. 결국 정부가 나서 낚시면허제 도입을 검토하는 모양이다. 일정 금액을 내고 면허증을 사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고, 잡을 수 있는 어종과 마리 수도 제한한다는 것이다. 사실 미주·유럽 등에서는 낚시면허제와 낚시관리제를 운영하는 국가가 많다. 미국은 몇십달러 규모의 하루~2주일짜리 단기면허와 440~700달러짜리 평생면허를 통해 낚시 장소와 기간 등을 엄격히 제한한다. 캐나다도 비슷하다.
독일은 더 엄격해서 낚시시험 합격자에게만 허용한다. 어종과 수중생태, 낚시도구 등에 관한 문제인데 시험에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호주와 뉴질랜드 역시 하루 어획량과 크기, 낚시도구를 철저히 규제한다.
한국이 낚시면허제를 검토한 건 처음이 아니다. 1996년과 2006년에도 시도했다가 레저활동에 웬 준조세냐는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낚시인들이 어촌 식당과 숙박업소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명분론도 한몫했다. 이번엔 어자원 감소와 오염이 지속되면 낚시인도 좋을 게 없으므로 면허 수입으로 어족자원 증식 등을 꾀하자는 의견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찬반론자 모두 낚시문화 전반의 수준을 높이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일부 뜨내기 낚시꾼들의 나몰라라식 행태도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선조들도 고기잡이 어부(漁夫)와 낚시인 어부(漁父)를 따로 표기했고 영어권에서도 피셔(fisher·고기잡이)와 앵글러(angler·낚시인)를 구분하고 있다. 아름다운 몬태나 협곡을 배경으로 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도 아버지가 아들에게 낚시를 가르쳐주며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주지 않았던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