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선 시간선택제…일자리 만드는 '묘책'이냐, 정부 주도 '알바 양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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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지원은 3000명뿐…"기업 등떠밀기 안돼"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 추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공무원 교사 등 공공부문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26일에는 삼성 등 10개 주요 그룹이 참여하는 ‘채용박람회’도 열기로 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주력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고 정부 지원 방안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24일 정부·재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민간 기업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91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인건비 지원 예산으로 195억원을 편성하기로 했다.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1명당 최대 월 80만원(연 960만원)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이다. 또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4대 보험 중 국민연금·고용보험을 2년간 지원해주기로 했다. 책정 예산은 101억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예산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등 산업계가 자발적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여성 경력 단절자와 퇴직자 등이 △전일제 근무가 아닌 하루 4~6시간 일하면서 △최저임금의 130% 이상 급여와 각종 복리후생을 누리는 고용 형태다. 정부는 이런 일자리를 2017년까지 93만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추진 계획이 실현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와 민간 기업이 내놓은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3만5000여개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기업 인건비 지원액도 고작 3000여명만 혜택을 보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제도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시간선택제 근로자 보호·고용촉진 법률’을 제정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시간선택제 근로자에게 4대 보험을 의무적으로 보장하고 △복리후생을 정규직과 차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며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청구할 권리를 부여하는 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정부의 시간선택제 관련 법안은 기존 기간제 보호법처럼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며 “제도 보완을 하지 않는다면 60세 정년연장, 통상임금 논란에 이어 기업들엔 또 다른 고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