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의 극치' 공기업 인사] 부채 14조 불어난 한수원, 해마다 "인력 달라"

공기업 인력 과잉 실태
LH, 국책사업 때 증원 인력 사업 끝나도 '그대로'
공공 노조 절반 민노총 가입…인력감축 어려워

< 2008년 10.6조 → 2012년 24.7조 >
하루 평균 승객이 평균 422명에 불과한 경북 A시 B역엔 역장 1명, 부역장 4명을 포함해 총 16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객 운임과 화물수송료 등을 합쳐 연간 7억1467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이들의 인건비는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코레일 측은 “신호 조작, 운행 방향 조작 등을 위해 24시간 근무해야 하는 특성상 3교대로 인원이 배정돼 있고, 여객뿐 아니라 화물도 취급하는 만큼 적정 인원”이라고 해명했다.

◆순증 일변도의 인력계획 물론 이들의 해명처럼 철도역 관리업무는 수익성 지표로만 판단할 수는 없는 공공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같은 숫자의 직원이 근무하는 경남 창원시 중앙역의 하루 평균 승객이 4500명(수입 5500만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도 많다.

공기업 방만경영의 핵심 기저에는 방만한 인사관리가 자리 잡고 있다. 정원보다 많은 직원을 고용하고, 과다한 복지를 제공하는 고비용 구조가 부채 폭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권 초 구조조정 바람이 휘몰아칠 때 잠깐 줄어드는 듯하던 공공부문 임직원 숫자는 정권 말에 오히려 몸집을 더 불리는 행태를 반복하며 정부의 개혁 의지를 비웃고 있다.

공공기관별로는 인력 증원에 대부분 국책사업 추진이라는 명분을 깔고 있지만, 실제론 과잉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은 전혀 없이 순증만 이뤄지고 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최근 5년간 정원이 242명에서 319명으로 77명(31.8%) 늘었다. 무상 공적원조(ODA)를 확대하면서 지속적으로 인력을 충원한 결과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08년 7511명이던 정원이 지난 9월 말 현재 9442명으로 1931명(25.7%) 늘었다. 반면 이 회사 부채는 같은 기간 동안 무려 14조원이나 불어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 수출에 필요한 전문인력과 안전사고 감시 강화를 위한 안전요원을 대거 뽑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휴인력 전환 배치나 내부 업무 재조정 등을 통해 스스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획재정부의 한 간부는 “정부가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해당 공기업들은 해마다 인력을 늘려달라는 요청부터 한다”며 “아무리 사전 구조조정을 권유해도 소귀에 경 읽기”라고 꼬집었다.

◆‘민노총 우산’ 아래 연명

이 같은 상황에서 한 번 늘어난 인력을 쉽사리 줄일 수 없다는 점은 큰 문제다. 공공기관 중에 가장 부채(141조7000억원)가 많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 회사는 현재 정원(6093명) 대비 인원(6480명)이 387명 많다. 이명박 정부에서 보금자리주택과 혁신도시 건설 등 국책사업을 맡으면서 2016년까지 정원 외 직원을 449명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정부 들어 보금자리 주택사업 등이 줄줄이 축소된 상황에서도 LH는 여전히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새롭게 맡은 사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으면서도 줄기차게 인력난을 호소하는 LH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고 있다. 여기에다 강성노조가 버티고 있는 공기업 특성상 정리해고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공기관 노조의 절반 가까이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을 상급단체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295개 공공기관 중 215곳에 노조가 결성돼 있고 이 가운데 112곳이 민노총 소속이다.

이런 이유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민간기업이라면 감원의 칼바람이 몇 차례 불고 사업구조조정이 수차례 있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공기업 내부에서는 위기감을 찾을 수 없다. 실제 지난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위해 조직을 대폭 늘린 광물자원공사나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도 사업 축소에 직면해 있지만 인력 조정 계획은 없는 상태다. 한 에너지 공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공기업 부실, 방만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칼을 뽑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코웃음을 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심기/이상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