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의 극치' 공기업 인사] "공공기관 인력 구조조정…정부의 냉정한 결단 필요"

라영재 공공기관연구센터 부소장
“공공기관은 그대로 두면 인력이 자꾸 늘어나는 속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냉정한 결단이 필요하죠.”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부소장(사진)이 25일 인터뷰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의 인력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요인이 많다고 했다. 민간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신속하게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갈 수 있지만 공공기관은 그 판단의 기준과 주체가 애매하다는 것. 라 부소장은 “한 공공기관의 부채가 많다고 해서 이 부채가 정말 잘못된 경영 때문인지, 아니면 정부의 사업을 떠안은 탓인지, 앞으로 기관 전체의 부실을 야기할지 누가 판단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함부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간 법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가가 고용주로서 공공기관 직원에게 갖는 책임감도 구조조정을 어렵게 한다고 했다. 예컨대 자동화로 인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수리공 인력 수요가 줄었다고 해서 정부가 이들을 한꺼번에 해고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는 “이런 유휴인력은 내부 전환배치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다만 각 기관은 놀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개발하고 자구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공공기관의 방만 인사를 차단하기 위해선 정부가 공공기관을 새로 설립하거나 정원을 늘릴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인 국가사업 시행을 위해 공공기관 임직원을 마구잡이로 늘렸다가 몇 년 뒤 해고가 어려워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석탄공사처럼 산업 변화에 따라 역할이 줄어든 곳들에 대해서도 정부의 냉정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적자가 날 사업을 계속 국가가 안고 갈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역대 정부가 정권 초기엔 공기업 개혁을 한다고 인원을 줄이고, 중반쯤엔 일자리를 늘린다고 다시 정원을 증원하는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역대 정부가 고용률에 목을 매다 보니 일자리를 쉽게 늘릴 수 있는 공공기관 인력 증원의 유혹에 빠져왔다는 것.

라 부소장은 “이 같은 패턴의 반복으로 공공기관들은 금방 정원이 또 늘어날 것이란 시그널을 받게 됐다”며 “이제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공공기관 인력 운용 효율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