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만의 극치' 공기업 인사] 인력과잉 또 다른 주범은 '낙하산'

대선 보은인사에 공기업 활용…낙하산 사장은 노조 '눈치'만
김학송·김성회 전 여당 의원…도공·지역난방公 사장 내정설
공공기관 인력과잉의 또 다른 주범은 ‘낙하산 인사’다. 전문성과 비전 없이 ‘보은(報恩) 인사’로 자리를 꿰찬 낙하산 사장들이 노조의 반발이 불보듯 뻔한 인력 문제에 칼을 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취임 초 노조의 ‘출근 저지투쟁’을 무마하기 위해 ‘기득권 보장’을 약속하기도 한다. 공기업의 방만경영은 ‘낙하산 사장과 노조의 합작품’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을 보면 민간기업에선 상상하기 힘든 조항이 즐비하다. 지난달 3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화점식 방만경영’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강원랜드의 노사 단체협약에는 ‘정년퇴직 노동조합 직원의 직계가족 우선 채용’과 같은 이른바 고용 세습 조항이 포함돼 있다. 조합원이 그만두면 가족이 고용을 대물림하게 되는 것이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295개 공공기관 중 179곳을 조사한 결과 강원랜드를 포함해 원자력통제기술원, 시설안전공단, KAIST 등 총 33개 공공기관이 고용 세습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가족 우선 채용 조항을 두고 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노사 단체협약에 ‘조합간부 인사 때 조합과 사전협의’ ‘부득이하게 직원을 해고할 경우 사전에 조합 동의를 얻어야 한다’와 같은 조항이 명시돼 있다.

정부가 “파티는 끝났다”며 공공기관 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 문제를 풀지 않으면 공공기관의 이 같은 고질병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학계 관계자는 “솔직히 노조에 ‘낙하산 인사’로 한 번 낙인찍히면 정상 출근조차 힘든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에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낙하산 사장’이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낙하산은 없다”고 공언했던 박근혜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최근 현 정부 들어 새로 임명된 공공기관장 78명의 출신과 경력을 분석한 결과 43%인 34명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180명의 공공기관장 중 낙하산 인사 비율이 32%(58명)인 것과 비교할 때 훨씬 높은 수치다. 여기에 김학송·김성회 전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낙하산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당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 14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기업 사장들을 소집해 방만경영을 질타한 지 1주일도 안돼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공공기관장 선임 시 선거 때 노력한 분들을 배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10년, 15년의 장기적 플랜이 필요한데 낙하산 인사, 특히 정치인은 이런 안목을 갖기 힘들다”며 “(공기업 인사에) 정치 바람이 불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