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암 치료법] 항암치료·일상생활 병행 가능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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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2000년대 초반만 해도 대부분의 유방암 환자들은 유방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잃는 심리적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마땅히 감내해야 할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환자의 여성성을 최대한 보존하는 유방보존술, 유방재건술 등의 수술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암을 제거하는 치료에서 환자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유방암 치료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 중 미용적인 것은 일부에 속한다. 수술 후 남은 치료에 동반되는 신체적 부작용과 심리적 부담감은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특히 유방암이 재발했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된 ‘진행성 유방암’ 환자는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완치가 아닌 생명을 연장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가’는 곧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맥락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들의 치료에서 가장 고려되는 것이 치료와 의미 있는 삶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의미 있는 삶이란 개인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공통 분모를 찾는다면 가족·친지와 함께하는 삶과 환자 본인에게 보람 있는 일을 하는 삶이다. 최근 진행성 유방암 환자 치료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며 항암 치료도 병행할 수 있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은 삶을 왜 사는가? 결국 가족·친지와 좋은 시간을 갖고, 보람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가. 환자·보호자의 의식이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도 일부 환자의 경우 항암 치료를 한다고 일상 생활을 접고 가족과 떨어진 곳에 찾아가 입산 수도하는 식의 생활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어 안타깝다.
진행성 유방암 환자 치료에는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을 비롯해 표적치료제, 호르몬 수용체인 에스트로겐 또는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양성인 경우 호르몬 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호르몬 요법은 폐경의 진행 여부에 따라 치료제가 다르다. 세포독성 항암화학요법은 환자의 상태나 항암제의 종류에 따라 치료 간격이나 주기가 다르지만 약제에 따라 1~3주 간격으로 시행된다. 최근에는 항암화학요법을 하면서도 일상 생활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심적 고통은 물론 신체적 부작용이 심한 경우가 많아 아직까지 환자들이 일상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다행히 최근 무진행 생존기간의 연장 또는 증상의 개선이나 완화를 목표로 하는 최신 치료제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진행성 유방암 치료에도 많은 가능성이 보이고 있으며, 특히 이 가운데 노바티스사의 아피니토(성분명 에베로리무스)는 치료와 의미 있는 삶을 병행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약제 중 하나다.
하지만 아직 의료급여에 포함되지 않은 신약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환자에게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신약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환자들을 볼 때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진행성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와 의미 있는 삶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생존 기간은 늘리면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치료법을 개발해야 한다. 이미 개발된 치료법의 경우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암 환자 및 가족들에게 이제는 암이 사형 선고가 아니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동시에 치료를 병행하는 질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 드린다.
이근석 <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