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어떤 내용을 담느냐보다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훨씬 중요

10분 글로벌 경영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식사라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어렵사리 용기를 내 한마디 건넨다. “저하고 데이트해 주시겠어요?” 경험자들은 안다. 결과가 대체로 딱지라는 걸.

질문을 바꿔보자. “스파게티를 정말 맛있게 하는 집을 어렵게 알아냈는데, 같이 한번 가보지 않으실래요?” 상대가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걸 미리 알고 있었다면 성공 확률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똑같은 마음이라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상대에게 전해지는 파괴력은 극과 극이다. 이 책은 이런 진리에 주목했다. 그래서 제목도 ‘전달하는 방식이 9할’이다. 어떤 내용을 담느냐보다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게 요지다. 저자인 사사키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서도 전달하는 방법을 몰라서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을 많이 봤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힘겨워하는 영업맨도 많습니다.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부하들로부터 괜히 미움을 사는 상사도 적지 않죠. 탁상공론이 아닌 내일 회사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방법론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화법은 ‘천성’이 아니라 ‘기술’(→저자가 경영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이라는 게 저자의 신조다. 우선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회식에서 상사의 노래 실력을 칭찬하고 싶을 때는 “잘하시네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잘하시네요. 정말 잘하시네요”라고 하는 편이 상사의 사랑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프레젠테이션이나 강연을 할 때는 무엇보다 초반에 듣는 사람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와 같은 모두발언은 자살 행위다. 이런 판에 박힌 말보다는 “여기서만 하는 얘기인데요”라든가 “딱 이것 한 가지만은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같은 말부터 꺼내는 게 바람직하다.

‘해라체’를 ‘하자체’로 바꾸는 것도 효과가 크다. 특히 부하를 다룰 때나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바로 먹힌다. 누구나 남으로부터 명령을 받는 것은 싫어한다. 막상 하려다가도 남이 지적하면 하고 싶은 마음이 싹 없어지는 게 인지상정. 예를 들어 방 청소를 안 하는 아이에게 “청소해”라고 명령하는 것보다는 “우리 같이 청소하자”라고 하는 것이 아이들이 빗자루를 들 확률을 높인다.

회의 때마다 “각자 아이디어 하나씩 내라”라고 하는 것보다는 “우리 다같이 한번 아이디어를 모아보자”라고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