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부동산 큰손'서 스몰딜 투자로 전환…군인공제회 "체급 낮추니 수익 쑥쑥"

김진우 군인공제회 대체투자본부장
▶마켓인사이트 11월26일 오후 2시28분

“이제 큰손이 아니고 작은손으로 불러주세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군인공제회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 ‘큰손’의 대명사였다. 수천억원씩 투자되는 대형 주상복합빌딩이나 아파트 건설 사업에는 군인공제회의 이름이 반드시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엔 굵직한 연기금들이 참여하는 대형 딜에서 군인공제회의 이름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군인공제회는 300억원 미만 규모의 중소형 딜을 발굴하며 대체투자 틈새 상품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3월 초 취임한 김진우 군인공제회 대체투자본부장(사진)은 “군인공제회 투자의 가장 큰 원칙은 포트폴리오 분산”이라며 “과거 대형 딜 한두 개에 집중하는 투자를 했다면 올해는 지역별, 분야별, 위험도별로 투자를 쪼개는 데 가장 큰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가장 큰 대목은 해외투자다. 군인공제회는 2008년 영국 템즈워터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수익도 짭짤했다. 하지만 5년 만에 재개한 해외 인프라 투자에선 규모를 10분의 1 수준인 300억원으로 줄였다. 대신 해외 에너지 분야에도 300억원을 투자했고, 최근에는 유럽 부실채권(NPL)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개별 상품의 투자 규모를 최대 300억원 내외로 줄인 대신 투자 분야를 늘리는 방식으로 전체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액 다변화 체제로 가고 있다. 과거엔 PF 한 건에 2000억~3000억원씩 투자했지만 올해는 서울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에 270억원을 투자한 것이 전부다. 대신 위험을 최소화한 책임임대(마스터리스)나 대출 형태로 부동산 투자를 진행한다.

원주 AK백화점(300억원), 을지로 비즈니스호텔(28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김 본부장은 “개별 투자건의 규모를 300억원 미만 수준으로 묶으며 체급을 낮추자 스피드가 빨라지고 과감한 투자도 가능해졌다”며 “군인공제회가 국내 연기금 중 처음으로 지난해 주식형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에 투자한 것도 이 같은 변화가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해외 운용사를 통해 CLO에 각각 300억원과 200억원을 투자했다. 연 수익률이 16~18% 수준에 이른다. 당시만 해도 위험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하반기 글로벌 경기 회복 징후가 나타나면서 지금은 다른 연기금들도 잇따라 검토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상품 발굴이 필수적”이라며 “내년에는 대체투자부문 신규 투자액 4500억원의 60%가량을 해외에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