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비전 발표] 규제완화로 업계 무한경쟁 유도…"획기적 대안 없다" 불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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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계좌이동제 등 도입금융위원회가 27일 발표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6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나온 박근혜 정부의 ‘금융 비전’이다. 정부 초기 금융을 홀대한다는 업계의 불만을 반영한 때문인지 규제완화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을 이루고 있다. 이를 통해 10년 뒤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을 10%로 늘린다는 중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금융권에서는 그러나 “고민한 흔적은 엿보이지만 한국 금융산업을 재도약시킬 획기적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는 혹평도 적지 않다. 규제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금융사 동반 해외진출 지원
금융업 GDP 비중, 10%로 확대목표
'계좌이동' 서비스 경쟁 과열 우려도
각종 칸막이 걷어내 무한경쟁 촉진금융위는 우선 무한경쟁 환경을 조성해 금융권 스스로 파이를 키우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2016년부터 시행될 ‘은행 계좌이동제’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금융소비자가 주거래 예금계좌를 다른 은행 계좌로 변경하려면 각종 이체 거래도 일일이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체 거래를 변경하지 않아 카드비 등을 연체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계좌이동제가 도입되면 소비자는 기존 은행에서 자동이체 내역을 일일이 해지하고 신규 은행에서 자동이체를 새로 신청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길게는 수십년간 같은 주거래은행 예금계좌를 사용해온 소비자들도 금리와 수수료 등에 따라 손쉽게 은행을 바꿀 수 있어 은행권에 큰 변화가 불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무인·이동점포, 모바일 판매채널 등 다양한 판매채널까지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은행들은 점포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입 및 영업규제도 크게 완화된다. 금융투자업은 과도하게 세분화한 인허가 단위를 대단위로 통합하고 여신전문금융업도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할부금융, 리스, 신기술 등 3개 업권의 인가 및 등록 기준을 하나로 통합해 기업금융 특화 기관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보험사에는 해외 환자 유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 신수익원을 확보하고 국내 의료관광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기업-금융사 동반 해외 진출 지원 금융사들이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금융위는 우선 단기 성과에 대한 부담을 줄여 중장기적인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해외 점포의 경영실태 평가 유예기간을 은행은 현재의 1년에서 3년으로 금융투자사와 보험사(현행 2년)는 5년으로 늘려주기로 했다. 현재 50%인 지주회사의 해외 자회사 지분 의무보유 비율도 완화해 자회사 설립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 등과 협의해 기업과 은행이 함께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동반 진출 활성화’ 전략도 곧 내놓기로 했다.
금융권 ‘백화점식, 새로운 내용이 적다’ 이 같은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백과사전식 나열인 데다 새로운 내용이 많지 않다는 냉담한 평가가 적지 않다. 은행권은 계좌이동제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계좌이동제가 시행되면 고객 유치를 위해 은행 간 금리 및 서비스 경쟁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 악화가 당면 과제인 은행엔 오히려 부담이 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기업금융으로 특화시키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기업금융을 강화할 수 있겠느냐”면서 “업계의 자금과 여력을 고려하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정책자금 지원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