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청계천 9년 만에…박원순 시장이 대대적 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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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일부 곡선화·보 철거…하천 생태계 복원서울시가 내년부터 청계천(사진) 일부 구간을 곡선화하고, 물 흐름을 막는 보(洑)를 철거하는 등 청계천을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재복원하는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복원했던 청계천을 9년 만에 대대적으로 손질하겠다는 계획이다. 성급한 복원으로 인공 하천으로 변질돼 수질오염이 발생하고, 역사 유적이 파괴됐다는 이유에서다.
비용 수백억 예상…수표교 등 복원은 중기 과제로
◆2018년까지 자연형 하천으로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문가들로 구성된 청계천시민위원회는 다음달 10일 시민 공청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청계천 개선·보완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직후인 2011년 11월 한 강연회에 참석해 “청계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와 청계천시민위원회는 청계천 재복원 계획을 △단기(2014~2018년) △중기(2019~2030년) △장기(2031~2050년)로 나눠 시행키로 했다.
2018년까지는 생태·환경 복원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직선화돼 있는 청계천을 자연 모래하천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일부 구간을 곡선화할 계획이다. 하천 기능을 회복하려면 구불구불한 물길을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류지역인 한양여대 앞과 살곶이공원 부근에서 물을 막는 보 역할을 하는 하수도 차집관거를 다른 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그동안 청계천에선 폭우 때마다 빗물과 오·폐수가 유입되면서 물고기들이 수차례 집단 폐사했다. 차집관거를 옮기면 청계천 유속이 빨라져 오·폐수가 유입되더라도 바로 흘려보낼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마른 하천이 되지 않도록 청계천 바닥에 깔아둔 비닐 차수막은 물이 스며들도록 단계적으로 제거하기로 했다. 청계천에 흘려보내는 물은 도심 인근의 백운동천과 중학천 계곡수를 활용하기로 했다. 지금은 잠실대교 부근 자양취수장에서 퍼올린 9만8000t의 한강물과 도심 지하철역 인근의 지하수 2만2000t 등을 공급하고 있다.
◆수백억원 재복원 예산이 관건2030년까지 중기 계획에는 수표교 복원 등 역사·문화 유적 복원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청계2가 근처에 설치된 수표교 가교(假橋)를 철거하고,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할 계획이다. 조선시대인 1420년 건설된 청계천의 대표적 다리인 수표교는 서울유형문화재 제18호로,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 당시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져 보관 중이다. 장충단공원에 있는 수표교를 원위치에 가져올지는 추후 검토키로 했다. 이와 함께 청계천 인근에 저류조를 만들어 빗물을 저장하는 방안도 중기계획에 포함시켰다. 현재 15분에 3㎜ 이상 비가 내리면 청계천 수문이 자동으로 열려 폭우 때만 되면 청계천이 범람하는 경우가 잦았다.
2050년까지의 장기계획엔 청계천 인근을 보행전용거리로 조성하는 내용을 포함한 도시관리계획과 수변공간 재생계획 등을 담았다.
문제는 청계천 재복원에 소요되는 예산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투입비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다만 예산이 많이 필요한 사업들은 2018년 이후로 미룰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3~2005년 청계고가 철거와 하천복원에 들어간 총 비용은 3900억여원이다. 2005년 10월 복원 완료 후 이듬해인 2006년부터 지난 8월까지 유지보수에 565억원이 들어갔다. 청계천을 자연하천으로 재복원하는 데 최소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기계획에 포함된 수표교 복원 등 역사·문화유적 복원까지 포함하면 소요 예산은 훨씬 커질 전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