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종시에선…결혼정보社 가입, 男사무관 '공짜' 女는 '100만원'

미혼 남녀 '극과 극'

서울 남성들, 세종시 근무 여성과 만남 꺼려
男사무관들은 충청·대전지역 '1등 신랑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정부세종청사의 한 경제부처에서 근무 중인 20대 후반의 여성사무관 A씨는 요즘 심란하기만 하다. 지난해 말 세종시로 내려온 이후 줄곧 ‘연애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천에 근무할 때는 쏠쏠히 들어오던 맞선 제안도 뚝 끊겼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을 소개받을 기회도 사라졌다. 그는 “이러다간 영영 세종시에서 혼자 살지도 모르겠다”며 “결혼정보업체에 가입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돌멩이도 우리를 외면한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미혼 여성 공무원들의 ‘결혼 스트레스’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또 다른 여성 사무관 B씨는 “첫 만남에서 관심을 보이던 남자도 세종시 생활을 어느 정도 듣고 난 뒤에는 연락을 끊는다”며 “청사와 원룸만을 오가는 생활을 하다 보니 연애세포가 다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청사로의 이전 후 남성 사무관의 ‘몸값’이 오히려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전·충청지역 여성들 사이에서 ‘1등 신랑감’으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젊은 남자 사무관의 경우 특히 대전 여교사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지역 결혼중매인들도 부처별 미혼자 명단을 확보해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 결혼정보업체들은 남성 사무관에겐 입회비를 면제해 주면서 여성에겐 100만원이 넘는 가입비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서울 거주 남성의 경우 세종시 근무 여성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성의 직장이 멀면 집안일을 소홀히 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입회비에도 결혼정보업체(B업체 기준)에 가입한 여성사무관은 1년 새 3배나 늘었다. 돈을 내서라도 상대를 만날 기회를 마련하려는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이 와중에 정부가 지난 6월 세종·대전시에 근무하는 공무원과 교사들을 엮어 단체로 마련한 미팅엔 ‘여성 정원’ 11명에 79명이 몰리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 결과도 신통찮았다는 후문이다. 7월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이 주선한 기재부 여자 사무관과 한국은행 남자 직원과의 미팅도 성과(?) 없이 끝났다. 당시 미팅에 참석했던 한 여성 공무원은 “남녀 사이에 지리적 격차가 얼마나 큰 변수인지를 실감하고 있다”며 “근처에서 원석을 찾아 다이아몬드로 만들라고 하는데, 원석은커녕 돌멩이도 우리를 외면한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불륜설로 얼룩지는 도시 젊은 남녀의 연애가 ‘실종’된 와중에 남녀 공무원들 사이에 불륜설이 끊임없이 번지고 있다. 주로 가족을 서울에 두고 단신 이주한 남자 공무원이 같은 처지의 여성 공무원 또는 미혼 여성과 눈이 맞았다는 내용들이다. 이달 초엔 한 부처 과장의 부인이 “남편이 여자 부하직원과 외도하는 것 같다”며 해당부처 감사관실에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혼인 남녀 공무원이 회식 후 새벽까지 함께 있었다’거나 ‘간부 공무원이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소문도 많다. 늦게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남녀 직원 간 ‘과도한 스킨십이 있었다’는 뒷말도 종종 나온다.

물론 대부분 ‘카더라 통신’에 가깝다. 하지만 문화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신생도시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살면서 사무실과 원룸을 전전하다 보면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 관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 때문에 불륜 확산을 막기 위해선 타지에서 ‘꽃뱀’이라도 수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