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恨으로 恨을 어루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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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1970~80년대. 치직거리며 잡음을 내는 라디오에서 하루에 한 번쯤 흘러나오던 노래가 있었죠.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비탄조로 읊조리던 노래. 포르투갈의 여가수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검은 돛배’라는 곡이었죠. “당신이 탄 돛배는 밝은 불빛 속에 너울거렸고 당신은 뱃전에서 내게 손짓하고 있었지. 그러나 파도는 말하고 있었지. 당신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역설적이게도 이 노래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준 것도 드물었죠.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난 후의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요. 포르투갈 민요 파두(Fado)는 그래서 절망의 노래라기보다는 희망의 찬가임이 분명합니다. 그 포르투갈의 바닷가에 한 여인이 넋을 놓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의 귓전에 희망의 찬가 ‘검은 돛배’가 울려 퍼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