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옷 입던 시애틀의 '구두쇠 영감'…2000억원 기부하고 세상 떠나다

“헐값에 팔리는 냉동 오렌지주스만 잔뜩 사가고, 쿠폰을 오려 모았으며, 구멍 난 스웨터를 입고 다녔던 노신사.”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지난 9월 9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잭 맥도널드(사진)는 동네에서 ‘지독히 가난하게 사는 구두쇠 영감’으로 통했다. 하지만 맥도널드는 30여년간 변호사로 일했던 엘리트였으며, 죽기 전 1억8760만달러(약 1985억원)의 유산을 남긴 부자였다. 그리고 남몰래 유언장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시애틀 아동연구소와 워싱턴대 로스쿨, 구세군 미국 북서부지부에 40%, 30%, 30%씩 나눠 기부했다. 이 사실은 그의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 외엔 아무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알려져 지역 사회에서 화제가 됐다고 29일 미국 시애틀타임스가 보도했다. 맥도널드의 기부금은 올 들어 워싱턴주에선 최대 규모고, 미국 전역으로는 6번째로 큰 액수로 기록됐다.

맥도널드에겐 자신의 직계 자녀는 없다. 50대에 들어서야 자녀가 둘 있는 과부와 결혼했다. 맥도널드의 의붓딸인 레젠 데니스는 “아버지의 선택은 정말 옳은 결정이며 우리 가족에겐 그렇게 많은 재산이 부담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