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영원한 청춘에 대한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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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집안에 걸기 위한 것이라면 이해하겠는데 놀랍게도 이 초상화는 자신의 주검(미라) 위에 부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집트인들도 그랬지만 고대 로마인 역시 영혼의 불멸을 믿었다. 그래서 내세에서도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영생을 누리길 바랐다. 죽음 목전에 초상화를 그리지 않고 한창 젊을 때 자신의 모습을 남기려 한 이유다. 초상화에 얽힌 어이없는 에피소드도 있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한 고고학자가 파이움의 한 동굴묘지에 미라 초상화가 많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갔는데 겨우 단 두 점만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도착하기 전 이상 한파가 몰아쳐 현지인들이 몽땅 불쏘시개로 태워버린 것이다. 아마도 초상화를 탐내는 현세인들에 대한 내세인의 경계가 아니었을까.
정석범 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