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의 시일 촉박…계류된 법안만 6091개

예결위 '2014년 예산안' 심의 시작했지만

상임위당 법안 수백건…졸속 심의 불보듯
여야, 세부내용 이견 커 연내 처리 난항
< “잘해봅시다”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광림 새누리당 간사(오른쪽부터), 이군현 위원장, 최재천 민주당 간사가 4일 국회에서 만나 의사일정을 논의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지도부가 지난 3일 정기국회 정상화에 전격 합의하면서 연말 예산·입법 전쟁이 본격 시작됐다. 357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4일 정상 가동됐지만, 예산안 세부내용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커 연내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산적한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은 발등의 불인 예산안 처리에 밀려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안 연내 처리 ‘산 넘어 산’ 국회 예결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을 상정하고 심사에 착수했다. 오는 8일까지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대상으로 정책질의를 할 예정이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예산안에 대해 구체적인 증액이나 삭감을 조정하는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원회(여당 8명, 야당 7명)는 이번 주말까지 구성을 마치고, 10일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계수조정소위 가동 시기는 작년(11월23일)에 비해 17일, 2011년(11월18일)에 비해선 22일 늦어지는 셈이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계수조정소위를 1주일 정도 운영하고 오는 16일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쪽으로 야당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수조정소위가 예산안 증·감액 심사를 하는데 각각 1주일 이상이 걸렸던 예년 사례에 비춰볼 때 졸속·부실 심사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예산안 세부내용에 대한 여야 간 시각차로 심사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권력기관의 특혜성 예산과 대통령의 관심 사업이란 이유로 과대 편성됐다는 이유를 들어 이른바 ‘박근혜표 예산’에 대한 대폭 삭감을 예고하고 있다.

예산안과 병행 처리될 부수법안인 세법개정안을 놓고도 여야 간 기싸움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자감세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증세에 대해 확고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쟁점법안 ‘빅딜’ 가능성 커

예산안 심사를 계기로 국회 각 상임위원회가 재가동되면서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심의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9월2일 정기국회 개회 이후 정치권이 무한 정쟁을 벌이며 석 달을 허비하는 사이 각 상임위에는 처리해야 할 법률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현재 16개 상임위에 계류돼 있는 법안만 6091개에 달한다. 안전행정위가 906개로 가장 많고 △보건복지위 744개 △교육문화체육관광위 685개 △기획재정위 625개 △법제사법위 524개 등이다. 여야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중점 추진법안 심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새누리당이 정한 15개 최우선 처리법안 중 외국인 합작회사에 한해 지주사 규제를 풀겠다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대기업 특혜법’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혀있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가 중요시 생각하는 일부 법안은 이른바 ‘빅딜’을 통해 처리방향을 잡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 법안은 예산안에 밀려 처리가 불발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정호/추가영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