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박근혜 정부 키워드 '창조경제'의 원조 존 호킨스 "자유·시장 보장되면 누구나 창의성 발휘"

존 호킨스 창조경제 / 존 호킨스 지음 / 김혜진 옮김 / FKI미디어 / 424쪽 / 2만2000원

세계 경제 창조가치 3조6650억弗
개인의 창의성, 산업구조 바꿀수도
존 호킨스. /FKI미디어
온라인 운동가이자 소설가인 코리 닥터로는 3차원(3D)프린터를 달로 보내 나중에 달 착륙에 필요한 구조물을 짓는다는 단편소설을 썼다. 그는 이와 관련된 연구프로젝트도 진행 중인데 미국 육군은 이와 유사한 일을 이미 실행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병사들이 배낭만한 550달러짜리 3D프린터를 사용해 현장에서 직접 무기의 부품을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새라 콜린스는 할머니가 건초 보온상자를 사용하던 방식을 응용한 아이디어로 석탄이나 나무 연료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조리기구인 원더백을 발명했다. 냄비에 담긴 음식재료를 일반 연료로 가열한 후 냄비를 원더백에 싸서 연료 없이 계속 조리할 수 있게 만든 것. 원더백은 남아공에서만 40만개 이상 팔렸고, 콜린스는 원더백으로 5년 안에 탄소 수천t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창의적 상상력이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존 호킨스 창조경제》는 상상력을 활용해 창의성과 비즈니스, 돈의 관계를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박근혜 정부의 최대 경제 키워드가 된 ‘창조경제’라는 용어를 2001년 펴낸《창조경제》초판을 통해 처음 세상에 선보인 영국의 경영전략가다. 지금까지 30여개국 정부와 기업에서 창조경제와 관련한 자문활동을 했고 중국 상하이에 ‘존 호킨스 창조경제연구센터’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에 나온 책은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낸 개정판으로, 영국의 문화산업 위주로 썼던 초판과 달리 창조경제와 관련된 전 세계의 최신 사례를 대폭 반영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창조경제포럼 참석 후 개정판 집필에 착수했고, 펭귄출판사의 원서 개정판보다 먼저 한글판으로 번역돼 나왔다. 창조경제의 개요부터 창조생태계, 아이디어 관리와 권리 관계, 예술·문화·디자인·미디어·혁신 등 창조경제의 핵심시장들이 움직이는 방식과 사업모델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뤘다.

특히 8장에서는 창조산업을 부문별로 나눠 각국의 시장 규모를 수치로 보여준다. 미래산업으로서 각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고 창조경제의 주력산업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부분이다. 그는 예술과 문화(미술, 책, 공예, 영화, 음악, 공연, 비디오게임), 디자인(건축, 디자인, 패션, 장난감과 게임), 미디어(광고, 신문과 잡지, TV와 라디오), 혁신(연구, 소프트웨어, 닷컴기업) 등 크게 네 가지로 창조산업을 구분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저자가 제시한 창조경제 혹은 창조생태계의 3대 명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창의성을 갖고 있고, 창의성에는 자유가 필요하며, 자유에는 시장이 필요하다는 것. 타고난 상상력을 모두가 발휘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하며,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면 정보교환이 가능하고 공급과 수요를 반영한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특히 “창의성이 형태와 의미를 갖춰 거래가 가능한 상품으로 구현되기 전에는 아무런 경제적 가치가 없다”며 “창조경제는 창조상품의 생산과 교환, 사용이 이뤄지는 체계”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또 한 사람의 창의성이 개인적이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해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새로운 수익 창출의 원천으로서 전 세계의 산업구조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세계 경제의 창조가치는 3조6650억달러에 이른다. 71조달러에 달하는 세계 경제의 전체 규모에 비해서는 아직 작지만 증가세는 가파르다. 그는 특히 유럽과 미국에서 일본 중국 한국 인도로 이동하고 있는 경제의 중심축이 창조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는 창조경제 시대에는 더욱 빨리 이동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지난 수십년간 한국이 거둔 성공은 정말 인상 깊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한국은 재조정을 해야 할 시기에 와 있다. 개인과 사회, 경제의 굳건한 결합에 기반한 창조경제가 한국이 나아갈 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