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관리비 '요지경'…한동네서 최고 3배 더 받기도

수리비 부풀리고 주차장 수입 등 횡령 빈발
주택법 적용 안받아 외부감사 의무 없어
서울시 "점검 가능하도록 법 개정안 건의"
명확한 관리·감독 규정이 없는 오피스텔에서 관리비 등을 놓고 민원과 비리가 잇따르고 있다. 오피스텔이 밀집한 성남 분당신도시 일대 전경. 한경DB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A오피스텔은 지난 6년간 ‘고무줄 관리비’를 놓고 주민들과 관리업체가 법정 다툼을 벌였다. 입주자들은 주변 오피스텔보다 15%가량 높은 45만~50만원을 매달 관리비로 내야 했다. 소송 끝에 입주자들이 승소해 가구당 관리비가 20만~30만원 선으로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입주자를 대표해 소송을 이끈 주민대표가 지하 주차장 수입을 유용하고 관리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아 형사 고소를 당했다.

◆“오피스텔 관리는 복마전”
오피스텔 관리비 등을 둘러싼 민원과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관리비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인근의 비슷한 규모 오피스텔이라도 관리비가 들쭉날쭉하다. 법률과 조례에 따라 관리 절차와 주체 등을 정해야 하는 공동주택(아파트)과 달리 오피스텔은 법적 제재를 받는 관련 규정이 없어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다.

부동산업계에선 입주자대표회의가 활성화된 아파트보다 1~2년 거주하다 이사하는 ‘떠돌이 세입자’가 대부분인 오피스텔의 관리비 유용이 더 쉽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계약면적 대비 실제 거주자들이 사용하는 면적(전용면적) 비율이 낮아 평형은 작아도 관리비를 더 많이 부과하기가 수월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서울시가 접수한 민원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선 면적은 다른데 모두 똑같은 관리비를 부과하는 곳도 있었다. 서초동 A오피스텔은 3.3㎡당 부과되는 일반관리비(전기·가스·수도세 불포함)가 4000원에 그치는 데 비해 인근 다른 오피스텔은 1만5000원으로 4배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피스텔 관리업체 관리인 관리소장 등에 대한 비리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차장 수입과 공용 공간 사용료 등 잡수입 빼돌리기, 각종 보수공사를 진행하면서 공사비를 부풀려 리베이트로 되돌려 받기 등이 대표적인 비리 유형이다. 이달 초 분당경찰서는 8년간 오피스텔 관리비 1억5900만원을 자기 돈처럼 써온 주민대표를 구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행 제도로는 부풀려진 오피스텔 관리비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법 등이 적용되는 아파트(공동주택)와 달리 오피스텔은 ‘집합건축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관리의 주체와 의무가 전적으로 민간(입주자)에 맡겨져 있다. 공사·용역 업체를 선정할 때 경쟁 입찰을 실시하거나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할 의무가 없다. ◆서울시 ‘관리비 실태’ 곧 공개

서울시 관계자는 “민원이 많아 현장조사를 나가도 관리비와 용역 관련 자료 열람 요청에 응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해당 구청도 과태료 200만원을 부과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오피스텔 민원이 급증하자 서울시도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법률상 개입 의무가 없지만 주민 피해가 발생하는 오피스텔에 대해 실태점검을 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법무부에 시가 임의 관리단지나 오피스텔도 점검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오피스텔과 상가 등 상업용 건물이 2033개동에 달한다. 서울시는 조만간 오피스텔 부실관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입주자대표 자격 기준을 재정비하는 한편 관리비 정보를 공개하고 입주자대표회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피스텔도 지금은 ‘준주거’에 포함되기 때문에 아파트 관리비처럼 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김동현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