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소액주주운동, 뒤로는 주가조작 '한탕'
입력
수정
지면A1
커버 스토리
기업 공격하며 주가 올려…제도 악용 '꾼' 잇단 적발

올해 4월부터 스틸투자자문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 공격을 받아온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인 PC용품 유통업체 피씨디렉트 IR 담당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스틸투자자문은 적대적 M&A 선언 뒤 “회사의 부당한 경영을 바로잡겠다”는 빌미로 소액주주운동을 시작했다. 회사 측은 처음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은 악화돼 갔다.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이 늘어나며 스틸투자자문이 확보한 의결권 행사 지분은 40%까지 치솟았다. M&A 기대감으로 2000원대였던 주가는 석 달 새 1만원을 넘어섰다. 경영진은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는 증권전문가를 영입한 데 이어 회삿일은 제쳐놓고 스틸투자자문의 소송에 매달려야 했다. 스틸투자자문의 공격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가구업체 팀스 주가를 같은 방식으로 조작한 혐의로 권모 대표(33)가 최근 검찰에 구속 기소되고서야 끝이 났다. 피씨디렉트 측은 “최근 3년간 흑자를 지속했는데 올해는 적대적 M&A 대응에 치중하느라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소액주주운동이 활성화되는 추세다. 국내 최대 소액주주운동 지원업체인 네비스탁에 등록된 주주경영위원회는 400개에 이른다. 증권업계는 “개인투자자가 많은 국내 증시 특성을 지능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이 늘고 있어 소액주주운동을 건전하게 정착시킬 수 있는 대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소람/김태호 기자 ram@hankyung.com